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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는 60대 이후로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전후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데다 불확실한 미래 탓에 당장의 소비보다는 자산을 지키는데 열중하는 탓이다. 고령층이 되면 소비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최근 고령층의 급격한 소비성향 악화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고령층 가구의 소득과 자산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주의 평균소비성향은 2016년 기준으로 67.2%다. 100만원을 벌면 67만2000원를 쓴다는 얘기다.
평균소비성향은 수입에서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소득이 적은 20~30대의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고 40~40대에 낮아졌다가 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씀씀이가 줄지 않는 60대 이후로 높아진다.
실제로 2016년 기준으로 연령대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39세 이하 가구는 70.2%를 기록했고, 40대 가구의 소비성향은 75.9%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50대 가구는 67.9%로 떨어졌고,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성향은 67.2%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 통계를 시계열로 비교하면 생애주기가설은 힘을 잃는다. 2006년 대비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의 하락폭은 12.3%포인트(79.5%→67.2%)인 반면, 같은 기간 40대의 소비성향이 80.7%에서 75.9%로 4.8%포인트, 50대는 74.6%에서 67.9%로 6.7%포인트 하락했다. 60대 이상의 경우 10년간 소득 증가폭보다 소비 증가폭이 더 작아서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소비고령화’도 걱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60대 이상의 소비가 가장 줄어드는 이유는 은퇴 이후 소득의 불확실성 탓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50대 월평균 소득은 538만원이다. 은퇴이후인 60대 이상은 326만원으로 50대보다 40%(212만원) 가량 줄어든다. 특히 근로소득의 경우 60%(233만원) 가까이 급감한다. 사업소득도 47%(54만원) 감소한다. 이를 재산소득(3만원)과 연금 등 이전소득(71만원)으로 벌충하지만 전체 소득감소폭을 줄이는덴 한계가 있다.
고령층의 소비는 자산보다는 소득에 영향을 더 받는다. 통계청의 고령화연구 패널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가구총자산 가치가 1% 증가하면 소비지출은 0.08% 증가하는데 머물지만, 가구소득이 1% 증가하면 소비지출은 0.19% 늘어난다.
특히 근로소득이 1% 증가하면 소비지출은 0.09% 증가하지만, 자산소득이 1% 증가하면 소비지출은 0.01% 증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안정적인 근로소득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연금의 소비지출 증대효과가 크다.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1% 증가하면 소비지출은 0.05% 증가한다. 반면 가족이 보내주는 부양금(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은 1% 증가해도 소비지출은 0.01% 늘어나는데 그친다. 연금의 소득대체율 확대라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회원국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평균 52.9%이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포함한 수치다. 반면 한국은 39.3%에 불과하다.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위원은 “60대 이상은 자녀 결혼, 상속 등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지만 일을 통해서 돈을 벌기도 힘들고 자식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는 일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고령화기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처럼 소비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선 고령층의 소득보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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