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
3년간 발굴·해석한 결과물
‘기록 기억’ 전시회 열어 공개
서울 종로구 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기록 기억’ 전시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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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기억 :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의 주 전시 내용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에서 발굴·해석한 위안부 자료다.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연구팀이 지난 3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연구팀은 이번 전시회에서 1944년 9월 미군이 중국 쑹산 위안소에서 찍은 ‘만삭의 몸’을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북한 위안부 피해자 박영심)의 사진 실물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 이미지 자체는 일반인들이 이미 접했지만, 해당 사진을 ‘실물 자료’로 구해 국내에 들여온 것은 연구팀이 처음이다. 이 외에도 미군이 작성한 위안부에 대한 기록문을 찾아 해석해 전시했다.
연구팀은 지난 3년간의 연구 결과를 사례집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푸른역사) 두 권과, 자료집 <일본군 ‘위안부’ 관계 미국 자료>(선인) 세 권으로 정리했다. 연구팀 문호경 공동연구원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사람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서 전시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도시건축센터에서 개막한 전시는 이달 20일까지 열린다.
연구팀은 2015년 결성됐다. 몇몇 위안부 자료 발굴 연구가들이 서울대 팀과 함께 미국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자료를 새로 발굴했다. 이 성과를 두고 서울대 팀은 여성가족부가 공모한 ‘위안부’ 국외자료 조사사업에 공모했지만, 2016년 1월 최종 탈락했다. 연구팀 수장인 정진성 교수 등이 ‘2015 한·일 합의’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 이유였다. 연구팀은 박근혜 정권의 여가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6년 초 서울시 지원을 받으며 다시 연구가 시작됐다. 3년간 15명 정도의 국내 위안부 자료 발굴 연구가들이 팀을 거쳤다. 전시 등 연구의 마지막은 30~40대로 이뤄진 젊은 연구자들이 맡았다. 곽귀병 공동연구원은 2015년 말부터 연구팀에 참여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조직을 연구했던 그는 위안부 팀에 들어오며 많은 것을 느꼈다. 곽 연구원은 “연구를 하면서 대중들이 위안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사를 연구한 공준환 공동연구원도 이번 팀에서 위안부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서 역사 연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연구팀 이후로 자료 조사에 대한 정부 각 기관의 관심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전시회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 높다. 지난달 26일, 일본 방송사 TBC 취재진의 카메라가 전시회장을 찍고 있었다. 이들은 박영심, 배봉기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담았다.
김소라 공동연구원은 “피해자들이 점차 세상을 떠나고 있다. 현재 파편화되고 흩어진 기억과 기록을 모아 피해자 증언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10월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조사 계획도 세웠다. 곽 연구원은 “위안부를 심문한 군인 등 목격자에 대한 조사도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며 “미군의 암호자료에 대한 분석이 잘 안돼 있는데, 이를 연구하면 ‘위안부’ 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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