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공화 4명 민주 편으로… 상원 통과도 어려울 가능성
트럼프 거부권 행사해야 할 듯… 대통령 거부권 뒤집은 사례 극소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메릴랜드주 옥손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CPAC)에서 연섷라고 있다. 옥손힐=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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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맞서 임기 중 처음 거부권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폐쇄)을 불러왔던 ‘국경 장벽’ 대립 때문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일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었던 국경 장벽 국가 비상사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미 하원에선 비상사태 폐지 조치가 통과됐고 곧 이을 상원 의결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대로 행동한다면 1881년 6월 암살당한 제임스 가필드 전 대통령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 주 실시될 국경장벽 비상사태 관련 상원 의결에서 반대표를 공언한 공화당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전 콜린스(메인),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에 이어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거물 랜드 폴(켄터키) 의원도 반기를 들었다. 폴 의원은 2일(현지시간) 웨스턴켄터키대학에서 열린 지역구 행사에서 “우리는 국경 보안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다”며 “(행정부와 의회 사이) 견제와 균형을 잃는다면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을 주는 법안에 투표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확실한 신호로 읽힌다.
현재 미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현재 53석, 민주당과 친(親)민주당 계열 무소속이 47석이다. 따라서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에 가세하면 관련 결의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지난달 28일 실시됐던 하원 투표서도 공화당 의원 13명이 민주당 측에 가세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 폐지 안건이 가결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188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이 의회와의 불화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전통이 이어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아직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전임자들은 거부권을 다수 행사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1881년 취임 6개월 만에 암살당한 제임스 가필드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단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마지막 대통령이다. 이후 모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해리 트루먼(민주당) 대통령은 250번, 트루먼 대통령의 전임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당) 대통령은 12년 재임 중 635번이나 행사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첫 임기 중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재선 후에는 거부권을 사용했다. 하지만 2007년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했을 때에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당인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과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 물론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 소속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민주당)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도 두 건의 거부권을 사용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회가 뒤집기는 쉽지 않다. 의회가 거부권을 무력화한 경우는 미국 역사상 111건에 불과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려면, 지금까지의 반란표보다 하원서 45석 내외, 상원서 16석 이상을 더 끌어들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원’ 인 국경 장벽을 강행하려고 거부권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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