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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美하원 "트럼프 측근 60여명 조사"… 고개드는 탄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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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의 청문회 증언으로 힘받아

법사위원장 "사법방해 등 조사"

조선일보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 탄핵론이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 보고서 공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의 각종 비리 의혹을 증언한 것이 물밑에 있던 탄핵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소속인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3일(현지 시각)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와 부패,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앨런 웨일스버그 등 60명이 넘는 트럼프의 측근이 망라돼 있다.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가 사법 방해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사법 방해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법사위 조사가 '트럼프 탄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원 법사위가 나서는 이유는 지난달 27일 있었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은 트럼프를 "사기꾼" "거짓말쟁이"라 부르며 그가 2016년 대선 기간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뿐 아니라 선거자금법 위반, 위증 교사와 탈세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4일 조사 대상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탄핵 추진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스티브 코언, 캐럴린 말로니 등 하원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탄핵을 다루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코언 청문회는 의원들에게 탄핵을 이끌어낼 만한 충분한 정보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퇴진 캠페인 단체 '탄핵이 필요하다(Need to impeach)'를 이끄는 억만장자이자 민주당 지지 거물인 톰 스테이어는 "코언 청문회 직후 하루 만에 회원이 3만명 더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가입이 가능한 이 단체의 회원 수는 현재 749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사실이 무엇인지, 법이 어떤지, 대통령의 행동이 어땠는지 면밀히 봐야 한다"고 했다.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은 "펠로시는 과거 공화당이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하려다가 역풍을 맞고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적 지지와 초당적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탄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연일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칼끝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친 민주당의 '대통령 괴롭히기'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나쁜 사람들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은 오직 내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며 "코언의 증언은 (러시아와의) 결탁이 없었다는 걸 증명했다.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지난달 24~27일 미국 유권자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1%에 그쳤다. 48%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증거인멸, 조사 방해 등 사법제도의 집행을 저해하는 행위. 미국 법은 이를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부정한 의도로 이를 행사했다면 사법 방해라고 본다. 탄핵 절차를 밟는 도중 자진 사임한 닉슨 대통령,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돼 탄핵 위기를 모면한 클린턴 대통령도 모두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이 추진됐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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