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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는'3월 3개의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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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뮬러특검 수사결과 발표 - 러시아스캔들 정황증거만 공개돼도 타격

② 의회 트럼프 저격 청문회 - 6일 코언 청문회 등 매주 대선 부정 추궁

③ 국가비상사태해제투표 - 멕시코 장벽 예산, 공화의원 이탈 움직임

북한과 최악의 합의를 피하려 하노이 담판을 결렬시키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국내의 암울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1일 로이터통신과 미 ABC 등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 내 최대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대선 개입 공모와 선거자금법 위반, 위증 교사와 탈세 의혹이다. 핵심 공약인 국경 장벽 건설이 축소되고 공화당과 보수층 지지에도 균열이 생기면서 2020년 재선(再選) 전망도 밝지 않다. 3월에만 뮬러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의회의 트럼프 저격용 청문회, 장벽 건설용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상원의 저지 투표 등 세 가지 악재가 잇따라 터진다.

우선 2016년 미 대선의 러시아 개입 스캔들을 2년여 수사해 온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이달 초·중순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법무장관의 판단에 따라 의회에 수사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 뮬러 특검은 지금까지 트럼프 캠프 관계자 등 측근 수십 명을 기소했지만 트럼프 본인의 혐의나 기소 여부에 대해선 일절 함구해 왔다. 반면 트럼프는 "특검 수사는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했하며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뮬러 특검이 트럼프와 러시아의 연결 고리를 입증할 법적 증거를 밝히는 데 실패하더라도, 보고의 수위에 따라 트럼프에게 강한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미 대선에 외국, 그것도 적성국인 러시아를 끌어들였던 정황이 공개되면 연방법상 반역죄이자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릴 초대형 스캔들이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했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회유 압박하다가 경질한 행위만으로도 기소될 근거가 있다"고 했다.

둘째, 민주당은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대선 부정(不正) 문제를 매주 의회 청문회 방식으로 공개하며 트럼프의 목을 죄고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 생중계가 엄청난 TV 시청률 기록을 세운 가운데 오는 6일엔 코언의 또 다른 청문회가 열리고, 14일엔 트럼프 재단 핵심 관계자 등이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프로젝트' 증언차 의회에 선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일단 정치적 부담이 큰 탄핵 대신, 이런 식으로 '잔매'로 여론을 계속 악화시켜 트럼프 재선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하노이 정상회담과 동시에 진행된 코언의 27일 청문회는 러시아 스캔들의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 후 백악관에서 선거자금법을 정면 위반하는 '성관계 입막음 돈'을 코언에게 "환급해주겠다"고 했다거나, '모스크바 프로젝트'와 관련해 코언에게 의회 위증을 교사했다는 증언 등이 새로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 바로 현직 대통령의 위법·위증 교사 문제다. 미국에서 고위 공직자의 의도적 거짓말은 법적·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사안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8년 탄핵 소추 사유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정사'가 아니라 이에 대한 '위증'이었다.

그리고 트럼프의 '1호 공약'인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표류하며 부메랑이 될 위험도 있다. 의회가 지난달 장벽 예산을 대폭 깎아 통과시키자,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이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곧 상원 투표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의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1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것임을 시사하면서 "트럼프가 의회 표 대결을 보기 전에 비상사태를 스스로 접었으면 한다"고 공개 경고했다.

공화당이 장벽 예산 문제를 계기로 트럼프에게서 공식 이탈하면, 트럼프는 향후 있을지 모를 탄핵 투표나 재선 캠페인에서 가장 큰 우군을 잃게 된다. 지금 공화당의 움직임은 트럼프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정부 셧다운 때 30%대로 바닥을 친 뒤 아직 40%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힐은 "트럼프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가 점점 무너지는 추세"라고 분석했으며, 블룸버그도 "이 정도 지지율이면 재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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