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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하노이 회담 제친 ‘코언의 입’…트럼프 귀국 후 첫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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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마무리되면서 빈손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장 이에 대한 내부 비판뿐 아니라 전직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사태 후폭풍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코언은 오는 6일(현지시간)에도 의회에 출석해 추가로 비공개 증언을 할 예정이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는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으로 추가 발언의 강도에 따라 트럼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CNN이 “현대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청문회”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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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마이클 코언이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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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중에도 미 전역의 관심은 코언의 입에 쏠렸다. 미국 시간으로 27일 주요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코언의 하원 첫 공개 청문회는 1400만명 가량이 봤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핵담판이 시작된 순간까지도 코언의 청문회를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트럼프는 회담이 결렬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도 ‘코언 악몽’을 피하지 못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중요한 회담 와중에 가짜 청문회를 하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라며 코언의 발언이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을 처음 마주하기 직전 회담을 준비하던 중엔 “코언이 수감 기간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기자가 코언에 대해 질문하자 침묵으로 대응했지만, 백악관이 이후 해당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코언이 청문회에서 폭로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준 위키리크스의 해킹 e메일 공개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클린턴 후보는 측근의 e메일 5000여 건이 해킹돼 위키리크스에 공개되면서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았고, 이는 최대 패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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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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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은 트럼프와의 성관계 의혹이 있던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등에 입막음용 돈을 건넨 의혹에 관해서도 상세히 묘사했다. 자신이 지시를 받고 돈을 지급했으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재단 재무 책임자의 서명이 있는 수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코언은 증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17년 8월 1일 자의 수표 사본을 제출하기도 했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코언은 트럼프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협잡꾼”이라고 깎아내렸다.

미 언론은 코언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새롭게 알려진 증언이 트럼프의 법적 문제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 내다봤다. 선거법 전문가인 리처드 하센 UC 어바인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검사들이 트럼프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코언의 증언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기간과 재임 중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자금법 위반 등 중대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입증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이 같은 코언 변수가 노딜 회담으로 이어지는 데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외교적 성과로 국면을 타개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자 어중간한 비핵화 합의보다 노딜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거란 얘기다. ABC뉴스는 “트럼프는 폭발적인 증언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큰 헤드라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당장 코언 청문회와 조만간 발표될 로버트 뮬러 특검이 낼 보고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NYT는 “코언의 증언은 시작일 뿐”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의 담판이라는 전략적 카드마저 무산됨에 따라 트럼프가 내치와 외교 모두에서 타격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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