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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웜비어 사건'서 김정은 변호(?)…궁지 몰린 트럼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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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웜비어 사망 사건을 사전에 몰랐다고 변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당시에 웜비어 사건을 내세워 대북 압박에 나섰다. 그는 그해 국정연설 등에서 웜비어 사건을 들어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마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웜비어 부모를 초청해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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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손을 이마에 갖다 댄 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웜비어 사건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웜비어 사건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게 김 위원장의 관심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웜비어 가족을 잘 알고, 대단한 가족이다”면서 “발생한 일은 끔찍하고 몹시 나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가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뒀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하는 게 김 위원장에게 이득이 아니다”고 드러내놓고 김 위원장을 비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런 수용소는 거친 곳이고 나쁜 일은 벌어진다”면서 “김 위원장이 알았다고 정말로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아주 유감스러워했다”면서 “그는 그 사건을 잘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면서 “그는 알지 못했다고 내게 말했고,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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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8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웜비어 관련 발언에 ‘조심스럽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인 ‘마더 존스’는 “트럼프의 충격적인 북한 독재자 비호는 실패한 정상회담의 정점이다”고 비판했다.

롭 포트만 상원의원(공화, 오하이오)은 WP에 “북한의 여전히 악마 정권이고, 그것은 우두머리부터 시작된다”면서 “우리가 그들을 대할 때는 그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부른 것을 문제 삼았다. 매카시 의원은 “북한의 지도자가 친구일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북한 정권이 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더 존스는 웜비어 부친이 “그들(북한)이 웜비어를 납치했고, 그들은 테러리스트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9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웜비어를 고문했다고 주장했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대북 정책을 바꾸면서 웜비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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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 웜비어는 지난 2015년 북한 관광을 나섰다가 호텔에서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훔쳤다는 이유로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며칠 뒤 숨졌다. 당시 북한에서 웜비어를 데리고 나왔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몰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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