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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는 사기꾼… 섹스스캔들 입막음 돈 주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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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견'으로 불린 코언, 청문회서 러시아스캔들 등 폭로

가차 없는 폭로와 날 선 비난으로 점철된 6시간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첫날 만찬이 열린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의회의 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의 러시아 대선 개입 공모 정황, 선거법 위반 혐의, 탈세 의혹 등을 조목조목 폭로했다. "트럼프는 사기꾼(conman)에 인종차별주의자다. (공화당이) 트럼프에게 충성하다간 나처럼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CNN·CBS 등 미 언론들은 정상회담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청문회를 생중계하며 한마디 한마디를 속보로 내보냈다. 트럼프의 '해결사' '충견'으로 불렸던 코언의 입에서 "사기꾼" "인종차별주의자" 같은 말이 나온 '막장 드라마'였다.

그러나 트럼프 관련 수사의 국면을 전환시킬 정도의 구체적 증거나 새로운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연기는 무성한데 총(smoking gun·결정적 한 방)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뮬러 특검이 현재까지 트럼프 주변 인물들만 기소하는 데 그치거나,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나 연방검찰의 수사에 도움이 될 정황이 다소 나왔다. 우선 '클린턴 이메일 폭로' 사전 인지 여부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 해커가 해킹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을 폭로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코언은 이날 트럼프가 위키리크스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트럼프가 참모 로저 스톤과 통화하며 "막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통화를 했다. 어산지가 '며칠 내 클린턴 캠프에 타격을 줄 엄청난 양의 이메일을 투척할 것'이라고 하더라"는 스톤의 말을 듣고 "그러면 정말 멋지지 않겠나"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또 코언은 "트럼프가 대선이 한창인 2016년 6월까지도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후보 단계에서부터 매수될 위험이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고 나서는 트럼프타워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핵심인 '트럼프 타워 회동'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2016년 6월 9일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는 뉴욕의 트럼프타워 25층에서 "클린턴에게 해가 될 정보를 갖고 있다"며 접촉해온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트럼프는 "나는 회동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코언은 이 회동 전 트럼프가 아들과 소곤거리다 "잘됐네, 계속 그 건을 보고해"라고 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코언은 과거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폭로하려던 성인 영화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입막음용으로 각각 십수만달러를 지급한 것도 트럼프의 직접 지시였다고 말했다. 코언은 "내가 먼저 2016년 여자들에게 돈을 준 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수표를 받았다. 이 수표에는 트럼프 아들과 트럼프재단 재무 책임자가 서명했다"면서 사본을 제시했다.

또 코언은 트럼프가 2008년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 월급을 절반으로 낮춰 국세청에 신고하는 등 탈세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가 "국세청에서 1000만달러 환급받았다. 정부가 얼마나 멍청한지 알겠지?"라고 뻐겼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가 "흑인이 나라를 이끌면 거지 소굴이 된다. 오바마 때가 그랬다"며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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