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트럼프 만난 김정은 "각하, 통 큰 결단" 추켜세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노이 美北정상회담] 美北정상, 2시간 환담·만찬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교 만찬(social dinner)'은 사실상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본경기'였다. 두 정상은 서로를 띄워 주면서도 '결단'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6시 30분쯤 호텔에 들어와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각각 6개씩 엇갈려 놓인 회담장 앞에서 악수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근감을 표시하듯 긴장한 표정의 김정은 어깨와 손등을 톡톡 두드렸고 김정은은 활짝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회담은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김정은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제가 먼저 말하겠다"며 낮은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6월 이후, 싱가포르 이후 꼭 261일(실제론 260일) 만에 각하를 만나뵙게 됐다"며 "오늘 이렇게 훌륭한 상봉을 하게 된 것은 각하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각하'로 부르며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추켜세운 것이다. 그는 "상호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도 있고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것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지금껏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지난해) 1차 정상회담도 성공적이었고 이번 회담에서도 큰 진전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훌륭한 지도자가 있는 북한의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김정은을 띄워주며 '전면적 비핵화' 결단을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고 할 때 김정은이 웃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만찬 전 약 20분간 일대일 환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환담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나눴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바쁠 것"이라고 했다.

오후 7시 시작된 만찬에는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나왔다. 만찬은 원탁에서 이뤄졌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때는 사각 테이블에 마주 앉았었다. '친근감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 만찬은 약 100분간 이뤄졌다. 미국 측 통역은 1차 정상회담과 같은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었지만, 북측은 1차 때 나온 남성 통역(김주성)에서 신혜영이란 여성으로 바뀌었다. 좀 더 '트럼프 화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통역관을 골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북은 만찬 참석자 구성에서도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대신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을 참석시켰다. 김정은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아닌 리용호 외무상을 넣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북측 협상 상대로 알려졌다.

이 날 메뉴는 상추·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김치를 곁들인 등심 구이에 초콜릿 케이크, 수정과로 구성됐다. 1차 때에 비해 간소해졌다는 평가다. 당시엔 점심을 함께했는데 전식, 주요리, 후식의 3코스로 준비됐고 새우 칵테일 요리와 문어 회, 소갈비, 탕수육, 대구 조림 등 다양하게 차려졌었다.

당초 친교 만찬 장소로는 양측 경호 인력이 사전 점검한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27일과 28일의 모든 정상회담 일정은 메트로폴 호텔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친교 만찬도 사실상 '업무 회담'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메트로폴 호텔은 베트남은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매우 유서 깊은 호텔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인 1901년 건립됐고 1936년엔 신혼여행 중인 찰리 채플린이 묵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이곳에 묵었다.

[하노이=이용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