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발위 ‘청탁 창구’ 논란 확대
경찰 “수사 강남서서 광수대로 이송”
폭행사건에 이어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간판이 사라진 버닝썬 입구. [연합] |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현직 경찰관들의 계좌 내역과 수상한 자금 흐름도 모두 수사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민과 경찰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 창구 목적으로 설립된 경찰발전위원회는 ‘청탁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 대표 이모씨를 이날 오전 불러 조사중이다. 경찰은 강남서에서 진행하던 사건 일체를 광수대가 담당토록 수사 지휘하고 현재 자금 거래가 의심되는 버닝썬 측 관계자들과 전·현직 경찰관 등의 계좌 및 통신 기록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강남서에서 진행하던 폭행사건까지 모두 광수대가 맡게 되면서 수사 주체였던 강남서는 사실상 수사 대상이 됐다.
이날 소환된 대표 이씨는 실제 버닝썬 실질 소유주인 이문호 대표와는 다른 인물로,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를 밝혀 내는 데에 집중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검찰은 강남서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키로 방침을 정하고, 버닝썬-경찰-전직경찰 사이 오간 현금 수수 정황을 특정할 예정이다.
광수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미성년자 출입 무마 의혹 사건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클럽 관계자, 미성년자의 어머니 등을 상대로 수사 과정을 다시 짚어 보고 있다.
경찰발전위원회도 도마에 올랐다. 버닝썬 지분을 가진 회사의 대표 최모씨가 강남서 경찰발전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버닝썬 지분 42%를 소유하고 있는 주요주주인데, 경찰은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지난해 발생한 미성년자 출입 의혹 사건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경찰발전위원회가 경찰과의 유착의 통로로 작용한다는 지적들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강남서측은 유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강남서 관계자는 “호텔 대표로서 위촉한 것일 뿐, 버닝썬과의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위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발위 구성도 논란 거리다. 강남서 경발위에는 모두 39명이 위원으로 둥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사업가는 모두 24명이었다. 소위 경찰과 기업 민원의 창구가 될 개연성이 매우 큰 것이 경발위 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생긴 이후 공무원 금품 수수가 엄격하게 제한을 받으면서 경발위의 자금 제공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라면서도 “현재까지 나온 정황만을 봤을 땐 청탁 창구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킨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서는 경발위 위원들을 다시 뽑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서 관계자는 “현재 경찰발전위원회 위원들은 작년 12월 31일로 임기가 다 끝났다. 현재는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고 이후 새로운 위원들로 위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발위는 경찰과 민간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다. 경찰의 권위를 내려놓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올바른 정책 제언도 할 수 있는 회의체가 경발위였다. 그러나 버닝썬 지분을 가진 관계자가 강남서 경발위로 활동했고, 같은 기간 동안 경찰이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했던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발위의 효용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성기윤 기자/sky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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