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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홋카이도 유빙 체험] 雪雪 걸어볼까, 얼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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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홋카이도는 완전히 남극이야. 바다에 얼음이 둥둥 떠 있는데 그곳에 풍덩 빠지는 '유빙워크' 체험기를 써 오도록."

매몰차다. 저 '인간' 몸속 피 색깔도 파랄 것 같다. 무덤덤하게 취재 지시를 하는 분, 네이버 여행+ 콘텐츠팀의 장주영 팀장이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 '극한직업' 식으로 표현한다면 '세상에 이런 취재는 없었다. 이것은 취재인가 극기훈련인가' 정도 될 만한 취재라니. 새하얀 설원, 홋카이도 낭만 여행기를 꿈꿨는데 산산이 깨졌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빠르게 미션 체크에 들어간다. '유빙선, 유빙 열차, 유빙워크 3종 세트라니.' 아, 유빙이라는 단어만 봐도 벌써 살 떨린다. 우'유'도 못 마실 것 같다.

◆ '한정판' 유빙관광 '극한여행족'은 열광한다

매일경제

시레토코 유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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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을 보려면 홋카이도 도동지역인 아바시리와 시레토코로 가야 한다. 삿포로에서 차량으로 달려도 꼬박 6시간, 꽤 멀다. 때마침 시즌을 맞아 도동의 메만베쓰 공항까지 전세기가 떴으니 핑계댈 것도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빙을 보려면 메만베쓰 공항에서 오호츠크 해안으로 가야 한다. 가장 먼저 찍은 곳은 시레토코. 오호츠크해를 바짝 낀 244번 국도를 달리며 몇 번이고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 분명히 바다인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대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빙이었다. 오호츠크 연안을 가득 메운 유빙은 러시아 아무르강에서 만들어져 조류의 영향으로 무려 2000㎞나 되는 거리를 둥둥 떠내려 왔단다. 아, 칼날 바람처럼 가슴을 푹 찌르는 가이드의 한마디. "유빙 관광은 로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극한 직업' 여행+ 에디터 앞에서 로또라니. 가이드의 말이 이어진다. 하와이에서 세 번이나 유빙을 보러 홋카이도를 찾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돌아간 여행객도 있다는 것. 남풍이 불면 해안가에 있는 유빙이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시야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아, 이걸 로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유빙을 해안가에 묶어둔 북풍 한파가 어찌나 달콤살벌하게 고맙던지.

◆ 유빙을 가장 가까이 즐기는 법 '유빙워크'

먼 길을 여행한 유빙을 막상 눈으로만 담자니 아쉽다. 첫 번째 미션, 유빙 위를 걸어보는 유빙워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보호복을 입고 가이드를 따라 해안가로 향했다. "오호츠크 해안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빙 위에서 놀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유빙 위를 걷다가 바다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이 엄격한 룰에 맞설 수 있는 이유는 바다에 빠져도 몸이 절로 떠오르는 드라이슈트 덕분이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드디어 역사적인 유빙 위의 첫걸음. 살짝 발을 내디뎠다. 어, 이상하다. 막상 유빙 위에 올라서니 일반 평지와 다를 바 없다. 그저 단단하고 두꺼운 얼음 바닥 위에 올라선 느낌. 다들 탄성을 내지르고 난리다. 하지만 이내 이 탄성, 조용해진다. 바다 쪽으로 걸어나가니 이야기가 점점 달라진다. 유빙 사이로 큰 웅덩이가 보이더니 슬러시같이 물 반 얼음 반 뒤섞인 바닥이 나타난다. 어라. "악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진다. 그 비명과 함께 내 발도 푹푹 빠지기 시작한다.

이건, 취재고 뭐고 살아야 한다. 그 생각이 머리 끝을 치고 오르자 촬영을 위해 들고간 카메라를 일단 내려뒀다. 작은 얼음덩어리 위를 힘차게 내달려 한 발, 두 발. 이때다. "입수" 소리가 튀어나온 건. 누구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신호. 에라, 극한직업 에디터. 푸른 피 장주영 팀장을 떠올리며 뛰어들었다. '풍덩'. 세상에. 이거, 묘하다. 얼어죽을 줄 알았는데, 웬걸. 드라이슈트 덕에 몸은 두둥실 떠올랐고 물도 미지근한 수준이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지기 시작한다. "와와" 하는 탄성이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요한 얼음 바다를 깨웠다. 유빙과 유빙 사이를 뛰어다니며 균형을 잡다가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는 재미. 이건 상상 이상이다. 지금까지 이런 살벌한 취재는 없었다, 이것은 취재인가, 극기훈련인가 했던 말은 취소. 이것은 극기훈련이 아니라 환상이다(본 에디터가 체험한 시레토코 유빙 체험은 2월 1일에서 3월 23일까지 즐길 수 있다. 출발 전부터 유빙워크 체험까지 총 2시간가량 소요. 액티비티 업체는 SHINRA를 이용. 요금은 5100엔).

◆ 쇄빙선 오로라호-박력 있는 유빙 탐험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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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 열차


두 번째 유빙은 예약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오로라호 탐험. 오로라호는 얼음을 깨면서 나가는 남극 관측선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쇄빙선이다. 본래 쇄빙선은 빙괴를 부수어 일반 선박 항로를 열어주기 위해 운항하지만, 오로라호는 오직 관광을 목적으로 운항한다. 이른 아침부터 아바시리항은 오로라호에 탑승하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분명히 승객을 잔뜩 태우고 출발했는데 별안간 실내 선실은 조용하다.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야외 데크는 자리 경쟁이 치열했다. 쇄빙선의 진정한 매력은 실내에서보다 야외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에서다. 20분 넘게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니 곧 백색 대륙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로라호는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거대한 빙판 위로 돌진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숨을 죽였다. 곧 적막을 뚫고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다 위 하얀 벌판이 쩍 하니 갈라졌다. "스고이~"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오로라호는 백색 도화지에 파란 그림을 그리듯 거침없이 유빙 위를 가로질렀다. 두꺼운 빙판이 깨질 때 느껴지는 박력과 하늘이 열리는 듯한 굉음은 오직 쇄빙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요금은 3300엔. 온라인에서 예약할 수 있다.

◆ 유빙 열차-로맨틱한 바닷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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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언덕


이번 건 그나마 괜찮은 수준이다. 유빙 열차. 아바시리항에서 가까운 아바시리역으로 곧장 향했다. 역사에서 파는 따끈따끈한 도시락과 녹차를 들고 유빙 열차에 올라탔다. 유빙이야기호는 말 그대로 유빙을 보며 달리는 한정판 관광열차다. 아바시리역에서 시레토코샤리 역까지 37㎞ 거리를 달린다.

연어알이 곱게 올라간 도시락을 까먹으며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설국의 풍경이란. 왼쪽 창문으로는 푸른 바다와 유빙이, 반대편에는 장엄한 설산의 모습이 펼쳐진다. 2월 3일부터 3월 4일까지 1일 2회 왕복 운행하며, 요금은 840엔이다.

설원 위에 서 있는 나무 몇 그루 덕에 삿포로 비에이 지역은 인생샷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늘 관광객이 붐비기 때문에 진정한 여백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가 추천한 메르헨 언덕으로 가보자. 아바시리 국도 39호를 따라 달리면 파노라마뷰 설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지평선과 맞닿은 푸른 하늘과 경계를 따라 서 있는 나무 앞에 서면 절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일몰 시간이 가까울 때 찾으면 설원의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홋카이도 잘 만한 곳 추천='유빙 스리콤보' 체험에도 감기 하나 달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료칸에서 편히 쉰 덕분이다. 도동지역의 물 좋기로 소문난 료칸 호텔을 추천한다.

1. 료칸 아바시리코소

천연 나트륨 온천과 뛰어난 가이세키 요리로 유명한 료칸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아바시리 호수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친절한 한국인 오카미상의 환대에 편히 묵었다.

2. 시레토코 노블호텔

시레토코의 우토로항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형 호텔이다. 7층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해 질 녘 바라보는 유빙의 풍경은 베스트였다.

3. 다이이치호텔 수이카즈라

산성 유황천으로 유명한 가와유 온천마을에 있는 전통 깊은 료칸이다. 홋카이도 4대 게 요리를 내놓는 가이세키는 꼭 먹어보아야 한다.

※ 취재협조 = 일본정부관광국(JNTO)

[홋카이도(일본) = 배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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