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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구독경제 시대, 신문·잡지 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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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꼭 맞는 정보 얻기 위해 특성화된 미디어 구매



경향신문

생활철학 잡지를 표방하는 계간지 <뉴필로소퍼>. 광고 없이 구독과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 땡스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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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의 전통적인 모델은 신문과 우유다. 하지만 구독경제가 뜨고 있는 2019년 전통모델들은 죽을 쑤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1996년 69.3%에 이르렀던 신문구독률은 2017년 9.9%까지 떨어졌다. 시사주간지 유료부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새로 창간하고 구독자 수를 늘려가는 매체들이 있다. 문학잡지 <릿터·Littor>, 과학적 회의주의를 내걸고 있는 <스켑틱·Skeptic>, 생활철학 월간지 <뉴필로소퍼·NewPhilosopher>, 페미니즘 문화 잡지를 표방하는 <우먼카인드·Womankind>, 브랜드 월간지 <매거진B>, 청년과 노동자를 위한 시사월간지 <워커스·Workers> 등이다.

매거진B는 8년째 광고 없는 잡지를 운영하고 있다. 호당 기본 유통 부수는 2만부에 이른다. 스켑틱은 2015년 창간과 동시에 정기구독자 수가 2000명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현재 정기구독자 수는 2300명으로 늘었다. 뉴필로소퍼는 1200명, 우먼카인드는 900명의 정기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나희영 우먼카인드 편집장은 “정체성을 지키는 게 중요한 원칙이라 광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 매체는 정기구독과 서점 판매로만 매출을 올린다. 1년 정기구독 비용은 15만원 안팎, 계간지는 6만원 선이다. 한 권씩 구입할 경우 모두 1만5000원 수준이다.

이들이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구독경제의 핵심인 ‘커스터마이징’이라고 분석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기존 종합일간지나 시사주간지는 개인에게 맞춤화된 서비스가 아니다”라며 “최근 구독이 활발한 매체들을 보면 등산, 낚시, 와인 등 아주 세분화되어 있고 깊다”고 말했다.

대형 언론사도 분야별로 특화 판매

웹디자이너 이모씨(29)는 <매거진B>에 대해 “브랜드 하나를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다뤄주는 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솝(Aesop)과 롤렉스(Rolex) 편을 인상깊게 봤다며 “책에 들어 있는 이미지들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좋다”고 말했다.

<워커스>를 구독하는 로스쿨 학생 이모씨(27)는 “언론사나 온라인은 전체 대중을 독자로 설정해서인지 깊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성화된 잡지는 다르다. 지난 1년 동안의 청년, 노동 이슈를 다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톰 벤슨의 분석 뉴스레터 ‘스트레터처리(Stratechery)’의 구독자는 2014년에 1000명을 넘겼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빌 비숍의 ‘시노시즘’ 뉴스레터 구독자는 2018년 기준 3만명이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기사가 아니라 부동산, 국제, 요리, 십자말풀이 등을 쪼개서 판매한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정보를 얻기는 어려운 시대, 2040 독자들은 맞춤화된 정보를 얻기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18~24세가 뉴스 구독료로 내는 비율은 2016년 4%였지만 2017년에는 18%로 증가했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는 “기존 신문이나 잡지가 어려운 건 뉴미디어 시대에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며 “콘텐츠가 매력적이면 플랫폼이 종이든,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다 팔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칼럼이나 특정 영역을 특화시켜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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