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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생 2막’ 펼치는 순천 할매 인형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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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순천육아종합지원센터 공연장 앙증맞은 캐릭터로 분장을 한 초로의 노인들이 무대의 막이 오르길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거나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이날 무대에 올린 작품은 취학 전 어린이집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양치기 소년’ 이었다. 무대에 서는 일이 잦아졌지만, 올해 들어 첫 연극에 나서는 그들의 얼굴은 설렘과 기대로 상기돼 있었다. 순천에 사는 ‘할매·할배’들이 모여 만든 ‘순천 할매 인형 극단’ 단원들이다.

세계일보

최근 순천육아종합지원센터 공연장에서 ‘순천 할매 인형 극단’ 단원들이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극단을 이끄는 이민숙 대표는 “단원 모두가 연극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며 “지역민과 호흡하면서 무엇보다 젊게 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순천 할매 인형 극단’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결성된 뒤 순천형 어르신 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극단을 순천시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끌어들이면서 한 달 중 20일을 공연과 준비 등으로 극단 활동에 참여하면 27만원을 지원한다.

무대 설치나 세팅, 소품 준비, 대본 작성까지 극단을 운영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단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로 퇴직 공무원이나 주로 평범한 전업주부들이다. 무대에 올리는 작품도 경로효친이나 도덕성 등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해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간접 교육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공연에서도 관객인 어린이들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 할매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이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됐다.

이민숙 대표는 “인형극을 배우면서 수십번씩 반복하는 연습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삶의 활력이 생겨 정말 요즘에는 살맛이 난다”며 “내가 하는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관객을 보면 보람도 있고 계속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인형극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세대 간 벽을 허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르신 일자리로 연계해 더 탄탄한 인형극단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순천=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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