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망 사업 화웨이 참여 가닥… 美 경고에도 우방들 등돌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 시각) 수도 웰링턴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퇴출 여부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
영국에 이어 독일·뉴질랜드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화웨이를 쓰는 나라와는 동맹이 될 수 없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핵심 우방들이 등을 돌리면서, 미국 주도의 반(反)화웨이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주 전 관련 부서들이 협의한 결과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통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화웨이의 5G 통신망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잠정 결정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독일이 화웨이를 배제했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화웨이의 사업 참여 여부를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화웨이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던 뉴질랜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19일 "우리는 영국과 비슷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며 완전 퇴출은 불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영국처럼 5G 사업에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뉴질랜드는 미국과 민감한 안보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멤버다. 독일은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인 나토의 핵심 국가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미국에 등을 돌리려는 것일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정보 당국이 화웨이 배제를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재계 인사는 WSJ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화웨이를 섣불리 배제했다간 사업 비용은 비용대로 오르고,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당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영국도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경제적 타격이 큰 만큼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작년에 화웨이 배제를 결정했다고 알려진 뉴질랜드는 중국인들이 뉴질랜드 여행을 취소하는 등 이미 경제 보복에 노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유럽의 전통 우방과도 사사건건 갈등하며 인심을 잃은 것도, 미국의 요구가 먹혀들지 않는 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19일(현지 시각) 방송된 미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어떤 정보도 제공한 적이 없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일 우리가 그렇게 해왔다면 미국이 발달된 기술을 통해 이미 알아냈을 것"이라며 "미국이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가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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