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매체 "펜스, 전화로 트럼프 요구 전달…에르도안, 거부"
터키 방산청장 "러 S-400, 7월 인도돼 10월 가동"
러시아 붉은광장 퍼레이드에 동원된 S-400 방공미사일 |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러시아 미사일 도입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트리엇 공급제안에도 퇴짜를 놨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비공개로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산 S-400 미사일 대신 패트리엇을 도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아랍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펜스 대통령의 요구를 둘 다 거부했다고 이번 통화 내용을 잘 아는 복수의 터키 소식통이 MEE에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 도입 계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진행됐다고 펜스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또 미국이 최근 전달한 패트리엇 공급조건은 기술이전과 대금 지급 측면에서 터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에르도안 "美 패트리엇 공급 조건, 터키 이익에 미흡" |
앞서 미국은 터키에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시스템 공급안을 전달하면서 이달 15일을 비공식 답변 시한으로 터키에 제시했다.
이달 16일 펜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터키를 겨냥해 "동맹이 '동방'에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는 '서방' 수호를 보장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F-35 전투기 공급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의 공개·비공개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18일 남서부 부르두르주(州)에서 열린 행사에서 "'터키의 동맹'은 공동생산이나 재정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패트리엇 공급조건이 터키의 요구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터키의 동맹'이 어느 나라인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터키와 대공 미사일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스라엘에서 열린 미·이스라엘군 합동훈련에 동원된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시스템 |
이어 이스마일 데미르 터키방위산업청장도 20일 터키 NTV 채널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 인도가 7월에 시작돼 10월까지 설치를 끝내고 운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동 매체들은 서방과 러시아 모두 터키의 지정학적 역할이 필요하므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방의 압박을 버티며 '양다리' 전략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시리아 내전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종료,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맞물린 결정적 시기에 대량 난민사태 방지 등 지역안정과 역내 영향력 경쟁에 터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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