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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북·미 정상회담 D-6]트럼프 “서두르지 않아” 6번…기대 낮추기냐, 압박 높이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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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과 통화’ 언급하며 반복

정상회담 일주일 안 남았지만 비핵화·상응조치 입장차 큰 듯

제재 유지 강조하며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



경향신문

‘호찌민 묘소’ 둘러보는 김창선 일행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일행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소를 방문해 주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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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가 최종 목적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협상 성과를 내는 데 조급해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비핵화를 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밀고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부터 기대감을 낮추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말을 시작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6차례 반복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특별히 서두를 게 없다.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관계는 매우 강하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군 유해송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1차 정상회담 성과를 나열했다. 그는 “많은 언론들이 ‘속도, 속도, 속도’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면서 “나는 정말이지 서두를 게 없다”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보고 싶고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반대편 쪽(북한)에서 그것(비핵화)이 매우 빨리 진행되기를 보고 싶어한다”면서 “나는 긴급한 시간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한 속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은 평소 밝혀왔던 북핵 협상에 대한 기본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번 회담에서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로 상정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온 현재까지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입장차가 큰 상황을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의 급할 게 없다는 말은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대북 압박성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으면 아쉬운 쪽은 미국이 아닌 북한이 될 것이란 의미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동시에 대북 제재는 공고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재 완화가 시급한 북한을 상대로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힘겨루기를 계속하겠다는 표현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대북 협상의 목표치를 낮춰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이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감소시키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5일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론을 펴온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일단 트럼프가 북한의 군축 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군축 극장의 소설들은 모두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2차 정상회담 이후를 대비하는 정치적인 포석도 있어 보인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미리부터 낮춤으로써 ‘빈손 회담’ 비판을 미리부터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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