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권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공무원이 근무하는 직영 공기업들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매뉴얼’을 거부해 논란이다. 직영 공기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법인형 공기업과 달리 국가나 지방의 행정조직에 편입, 운영되는 기업들로 상ㆍ하수도시설공단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인권위는 19일 각급 기관에 ‘공공기관 인권경영 매뉴얼’을 배포, 인권 경영을 권고했으나 공기업 114곳이 권고 수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모든 정부부처와 산하 공기업에 인권 경영 매뉴얼을 보내 각 기관별로 맞춤형 인권경영 계획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직장 갑질’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공기업부터 인권경영의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1년의 연구용역을 거쳐 만들어진 매뉴얼엔 전 직원을 상대로 10개 항목(강제노동 금지, 산업안전 보장 등)이 중심이 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기관장은 매년 인권경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인권경영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30개 정부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모두 이런 권고를 받아들였다. 국가 공기업 988곳 중 860곳 역시 인권경영 매뉴얼을 따르겠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기업 114곳은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으로 4곳을 뺀 110곳이 모두 상ㆍ하수도 시설이나 공영개발 기업들이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일반 법인형 공기업과 다르고 인권 연관성도 없다는 게 거부 이유다. 서울시하수도 관계자는 “시가 하는 시설물 사업 중 도로사업은 서울시가 직접 해 권고 대상이 아닌데 하수도 사업은 직영기업이 한다는 이유로 권고 대상으로 들어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137곳의 국공영기업이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거부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상수도는 인권위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 송오영 인권위 사회인권과장은 “상하수도, 공영개발 업무를 하는 직영기업은 특성상 지역 주민의 삶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권고안은 조직 특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데도 전체적으로 다 거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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