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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광주가 집인데 의정부 가라고?"...법률구조공단 또 '인사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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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이사장, 무리한 인사로 직원과 소송戰
박왕규 지부장 본안소송 중 다시 가처분신청
공단 "비수도권 3년 근무해 수도권에 보낸 것"

조선일보

‘불공정 인사’ 논란으로 한 차례 소송에서 패소했던 조상희(59·사법연수원 17기·사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또 다시 인사문제로 소송에 휘말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왕규(41·33기)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장은 18일 법률구조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전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률구조공단은 최근 박 지부장을 의정부지부장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냈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앞서 법원 결정에 따라 조 이사장이 기존에 냈던 인사를 취소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인사와 관련해 협의과정이 전혀 없었고 이후에도 그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고 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조 이사장은 최초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이사장이다. 지난해 4월 이헌 전 이사장이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두고 해임된 뒤 임명됐다.

조 이사장과 박 지부장은 인사 문제로 작년부터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조 이사장은 취임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박 지부장을 기존 직급보다 한 단계 낮은 전주지부 군산출장소장으로 전보하는 징계성 인사를 냈다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률구조공단 내 직급이 ‘지소장→출장소장→지부장’ 순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등 인사’였다.

당시 조 이사장은 "박 지부장이 허위보고를 했고, 억지를 부려 징계성 인사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 이사장이 든 징계 사유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박 지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가처분소송은 실제 인사조치가 부당했는지 본격적으로 다투는 본안사건의 ‘전초전’이다. 가처분소송은 박 지부장의 승소로 끝났지만, 조 이사장은 본안사건인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해 인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박 지부장과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조 이사장이 박 지부장을 의정부지부로 보낸 것이다. 박 지부장은 "지금까지 연고지(광주광역시)가 아닌 대구와 전주에서 각 근무했는데 또 다시 연고지인 광주에서 가장 먼 의정부지부로 전보됐다"며 "지금까지는 멀어도 버스 등으로 출퇴근을 했지만 의정부는 집(광주)에서 다니는 게 불가능하고 관사도 없어 거주지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인사로 겪게 되는 불이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법률구조공단 내부에서는 박 지부장에 대한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 지부장은 인사 이전 근무희망지 조사에서 "현재 부당전보 소송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유임을 원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10년 넘게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한 A변호사는 "법률구조공단 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근무지가 수도권"이라며 "본인이 직접 수도권을 선호한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지방에서 순환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지방에서만 5년, 10년 근무한 변호사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인사 원칙상 수도권에서 3년 이상 근무했거나 비수도권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 근무자간에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박 지부장은 지방에서 3년 이상 있었기 때문에 전보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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