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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캣통령’이 물었다…“하루 세번 사냥놀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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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터뷰/고양이 수의사 김명철

영역 동물이자 야생성 남은 반려묘, 수직 운동 위한 캣타워는 ‘필수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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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결코 키우기 쉬운 동물이 아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백산동물병원에서 만난 김명철 수의사와의 인터뷰와 얼마 전 펴낸 책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을 요약하자면 그랬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캣통령’으로 불리는 김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하는 농담 식으로 구분하면 ‘고양이과’ 사람에 가깝다. 사람도, 동물도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진료를 볼 때도 언젠가부터 개보다는 고양이가 더 편했다”고 한다. 고양이만 돌보는 병원에서 일하는 고양잇과 사람이 생각하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2016년 고양이 병원으로 정식 개원을 했다고 했는데, 개와 고양이를 함께 진료하다 고양이만 오는 병원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기존 병원에 개와 고양이의 내원 비율이 6:4 정도 됐다. 그 정도면 서울 시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고양이 비율이 높은 병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가 많은 병원이라는 색깔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상황에서 개가 입원해서 짖거나 소리를 내면, 오히려 개에게 눈치를 주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행동 교정 등을 맡고 있는데, 개, 고양이를 함께 진료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고양이는 내원하는 비율이 개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양이가 병원에 가는걸) 너무 싫어하니까, 못 데려오는 거다. 미루고, 미루다가 병원에 데려올 때면 이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단계다. 신부전 말기라거나 종양이 있다거나.

개는 고양이보다 내원 횟수가 많으니 다른 검진을 하다가 병을 찾기도 하는데, 고양이는 건강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동물은 아픈 걸 숨기는 습성이 있기도 하고, 1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와서 종합적으로 확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진료할 때 개와 많이 다른가.

“솔직히 의사 입장에서 개는 편하다. 긴장할 필요도 없고, 큰 병이 아니면 반려인과 ‘하하하’ 웃으면서 상담할 수도 있고, 주사도 혼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한 포인트만 놓쳐도, 병원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 진료를 보면 볼수록 스스로 예민해진다는 걸 느낀다.

고양이는 병원에 와서 이동장에서 두 번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고양이가 어느 정도 방어적 성격을 보이는지 파악해야 하고, 보호자와 사전 상담을 하면서도 고양이를 상태를 살펴야 한다. 고양이 성향에 따라 검사 순서를 바꾸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책에 “개에게 반려인은 충성을 고하는 주인, 고양이에게 반려인은 동료”라는 말을 썼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이런 면에 반해 고양이에게 빠져드는데, 본인도 그런가.

“200% 그렇다. 어렸을 때 개와 함께 살기도 했지만, 고양이를 접하면서, 그리고 첫 고양이 ‘아톰’을 기르면서 고양이가 더 좋아졌다. 이건 개인 성향이긴 한데, 개는 나에게 모든 걸 의존하는 면이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고양이랑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내가 어떤 동물과 있다는 느낌보다는 친한 친구랑 같이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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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이 지나 한국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문화가 폭발적으로 팽창했는데, 병원에서 일하면서 그런 걸 체감하나.

“엄청나게 느낀다. 병원 매출만 봐도 그렇고, 고양이 시장 자체가 엄청 커진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지표 중의 하나가 고양이 박람회이라고 생각하는데, 캣박람회가 처음 생긴 게 3~4년 전인데 플리마켓에서 출발해 지금은 엄청난 규모로 대관해서 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입장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반려묘 문화가 폭발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이해하는 게 더 깊어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병원에서 상담할 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집 구조부터 여러가지를 여쭤보는데, 캣타워가 없는 집이 너무 많고, 다묘 가정의 경우 화장실도 ‘총 고양이 수+1’ 인 집이 열 집 중에 한 집에 불과하다.

어떤 고양이들은 벽에 밥그릇을 바짝 붙여두는 걸 싫어하는데, 야생성이 남아 등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거다. 이런 성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면 사람 기준이 아니라 고양이가 뭘 좋아할지 생각을 한 번 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고양이에게 필수적인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캣타워’인데, 이유는 무엇인가.

“고양이에게 수직 공간을 쓸 수 있냐 없냐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고양이는 작은 포식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안정감을 느끼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다묘 가정인 경우에는 이런 포인트가 겹칠 수도 있는데, 캣타워가 있으면 높낮이 차이가 나서 서로 지내기에 편한 면도 있다. 높으면 높을수록 고양이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적어도 사람 눈높이 이상은 돼야 한다.”

캣타워가 필수 도구라면, 반려인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는 ‘사냥 놀이’라고.

“개의 문제 행동 유발을 방지하기 위해 산책이 필수적이라면, 고양이에겐 사냥 놀이가 그렇다.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이 좋아서 집에 들어온 동물이 아니다. 사람 주변에 먹을 게 있고, 쥐가 있어서, 그 영역을 보고 들어온 동물이다.

여전히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 이만한 것이 없는데, 생각보다 사냥 놀이를 하지 않는 반려인이 매우 많더라. 고양이가 평생 행복하게 살려면, 적어도 하루 3번, 한 번에 10분 이상씩 사냥 놀이를 하는 게 좋다. 합쳐서 하루에 30분보다 자주 쪼개서 하는 게 더 좋다. 야생에서는 사냥을 하루 한 번만 정해놓고 하지 않고,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사냥 놀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고양이가 무료해하고 그걸 문제 행동으로 푸는 경우가 많다.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그 습성을 맞춰줘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 까다롭게 키울수록 더 까다로운 고양이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는데,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

고양이는 예민하게 돌봐야 하는 동물이 맞긴 하지만, 떼쓰는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는 등 일부분 까다로움을 가라앉혀도 되는 부분에는 적당한 조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적인 부분은 최소한의 것을 꼭 마련해주면 좋겠다.

말했듯 고양이는 영역을 보고 (사람에게) 들어온 애들이지, 사람 때문에 온 아이들이 아니다. 원론적이지만, ‘내 고양이가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좋겠다. 그 질문을 바탕으로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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