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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윤희영의 News English] 31년 기다려 결혼한 ‘금지된 사랑’ 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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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선 트럼프·김정은 못지않게 다른 두 사람이 화제가 되고 있다(become the talk of the town). 베트남인 남편 팜 녹 칸(69)과 북한 출신 부인 이영희(70)씨 부부〈사진〉다. ‘금지된 사랑(forbidden love)’ ’31년 기다림 끝의 결혼' ‘반세기에 걸친 순애보(pure love story)’가 워낙 절절해서다.

1971년 흥남 비료 공장(fertilizer factory)에서 처음 만났다. 베트남 고위 간부(high-ranking cadre) 아들인 칸은 함흥화학공업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비료 공장에서 실습을 받던(be given on-the-job training) 중 실험실에서 일하는 이영희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fall in love with her at first sight). 어렵사리 용기를 내(manage to pluck up courage) 주소를 물었다.

이씨는 불쑥 슬픈 생각부터 들었다(get the blues all of a sudden).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리라'는 예감이 그보다 먼저 다가섰다. 외국인과 이성 교제(relationships with foreigners)가 엄격히 금지돼 있던(be strictly forbidden) 터다.

함흥으로 돌아간 뒤엔 편지를 주고받았다. 급기야 칸이 북한 주민 옷차림을 하고 버스 3시간, 도보로 2㎞ 들어가야 하는 이씨의 집을 찾아갔다. 1973년 귀국 때까지 그렇게 '게릴라 연애'를 했다. 베트남으로 돌아온 후엔 유망한 장래를 포기하고(forgo the bright future) 공산당 입당을 거부했다(refuse to join the Communist Party). 사랑을 갈라놓은 데 대한 원망이었다.

칸은 1978년 함흥 2·8 비날론 공장 방문단에 자원해 다시 이씨를 만나러 갔다. 북한 당국에 결혼을 승낙해달라고 간청하는(beg for permission for them to marry) 서한을 전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씨가 "나 할머니 된다"고 했다. "할머니가 돼도 언제까지나 나의 영희"라며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달랬다.

1992년엔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에 결혼 신청서를 냈다. 또다시 거부당했다. 같은 해 스포츠 대표팀 통역을 자원해 방북했지만 이번엔 만나게 해주지도 않았다. "결혼했다" "죽은 것 같다"고 둘러댔다.

마침내 소원이 이뤄진 것은 만난 지 30년 만인 2001년이었다. 북한이 엄청난 기근에 시달린다는(be gripped by a devastating famine) 소식에 이씨가 걱정돼 7t의 쌀을 모아 보냈는데, 이것이 호감을 샀다(win their favor). '북한 국적을 유지한다(maintain her nationality)'는 조건 아래 결혼 허락이 내려졌다(be allowed to get married).

2002년 평양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하노이에 신접살림을 차렸다(set up their home). 신랑은 52세, 신부는 53세, 이미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였다. 칸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결국(in the end) 사랑이 사회주의를 이겼다(beat socialism)"고 했다. 이씨는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the upcoming summit)과 관련해 "정치라는 것은 복잡하다던데(be complicated)…, 아무튼 잘 되기를(work out well)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save her breath).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asia/forbidden-love-in-north-korea-finds-a-way-in-vietnam-11237454

https://learningenglish.voanews.com/a/forbidden-love-in-n-korea-finds-a-way-in-vietnam/4785583.html

https://www.bbc.co.uk/news/world-asia-17022823

https://www.theglobeandmail.com/news/world/forbidden-love-survives-korean-tyranny/article25277752/

[윤희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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