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38] 칼 찬 순사보다 무서운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로버트 머피 '정치의 자본주의 비틀기'

조선일보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내 생각에 이 정권은 국민의 생업을 염려하는 마음이 없고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고통을 받아도 시정할 생각이 없는 역대 최악의 정권이다. 그래도 이 정부가 준 '선물'도 있다. 기업을 탄압해서 기업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된 것과 공식 언론을 장악해서 수많은 인재, 논객의 유튜브 진출을 유도한 것이다.

꽤 근래까지도 기업가들에 대해서는 이질감과 편견을 많이 가졌었다. 그랬는데 이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상한제 같은 조처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자영업이 속속 무너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기업 없이는 나라의 번영과 국민 생활 안정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기업에 감사하는 마음이 일고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로버트 머피는 위의 저서에서 정부의 기업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어떻게 국가 경제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과 궁핍으로 몰아넣는가를 조목조목, 여러 생생한 예를 들면서 설파하고 있다. 미국의 국영 철도 앰트랙 등 국영 기업들이 세금 먹는 공룡이 된 모습은 소름이 돋는데 그것이 곧 이번에 예타 조사를 면제하고 마구 시행하는 거대한 SOC 공사들의 장래가 아니겠는가.

그동안 우리 국민이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해 나쁜 관념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자본주의의 여건이 부실했던 풍토에서 종종 양심 불량, 역량 미달 사업가들이 불량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동안 팔다가 한몫 잡으면 잠적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제 기업 할 여건이 대강 구비되어서 불량·부실 기업이 도태되고 선진 기업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데 현 정권이 들어서서 기업의 숨통을 조이며, 나라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실패를 거듭해도 '우리 사전에 중도 포기란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니 나라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가. 이야말로 칼 찬 일제 순사보다 몇백 배 무시무시한 전횡이다.

일본의 순사는 조선 땅에서만 칼을 찾던 것이 아니었고 순사의 대검(帶劍)은 일본 본토에서 1883년부터 시행된 제도였다. 어느 직종에나 악질·저급 인간이 있기 마련이지만 일본 순사라고 다 악랄했던 것은 아니다. 1910년대까지는 교사도 칼을 찼는데 일본인 교사 중에는 영특한 조선인 제자가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백방으로 노력해서 진학을 도와준 사람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포의 독선을 그만두어 주기 바란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