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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20대 취업난, 50대는 갱년기… 불면증 56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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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환자 10만명 급증

수면제 처방도 160만건으로 늘어

취업 준비생 정희성(가명·29)씨는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막상 다니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다른 직장 찾으려고 사표를 냈다. 그런데 막상 재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처음 취업 준비할 때보다 오히려 심적 고통이 심했다. 밤만 되면 '올해도 다른 곳에 취업 못하면 공무원 시험 준비라도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문다. 정씨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 있는 경험을 6개월째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정씨뿐 아니다. 18일 국회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씨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잠을 못 자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4년 46만1790명에서 2017년엔 56만85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40만35명이었다. 수면제 처방 건수도 2014년 123만4000건에서 2017년 159만8000건으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 배경엔 '고령화'와 '스트레스'가 있다. 나이 들면 잠이 옅어지고 짧아지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면 불면증도 늘어난다. 남궁기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기에 사회적 분노와 스트레스도 함께 커지면서,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불면증 앓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과거엔 '머리만 대면 잔다'고 여겼던 20~30대 젊은 층이 잠 못 자는 일이 많아졌다. 나해란 여의도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30대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와 불면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중에서도 병원을 찾는 20~30대 남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20~30대 여성 불면증 환자 수는 5% 증가했지만, 남성은 25% 늘었다. 나 교수는 "한국 사회 특성상 취업을 못했을 경우 여자보다는 남자가 '밥벌이를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밤이 괴롭긴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이 심하다. 2017년 병원을 찾은 불면증 환자 일곱 명 중 한 명(56만855명 중 7만9996명)이 50대 여성이었다. 남성의 경우, 퇴직한 60~70대가 주로 불면증을 호소한다. 최태규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래 60~70대가 되면 생리적으로 수면량이 6시간 정도로 줄어드는 데다, 다음 날 일어나 할 일도 없으니, 밤 9시에 누웠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괴로워한다"고 했다.

과거엔 많은 사람이 잠이 안 와도 그냥 참았는데, 최근엔 '불면증도 병'이라고 인식해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러 나오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제로 잠을 청하기보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우울증·불안증 때문에 불면증이 생긴 경우, 이 질병들도 치료하면 불면증도 함께 사라진다"고 했다. 업무 스트레스, 시차 적응, 주야간 교대 근무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면증 원인은 그대로 놔둔 채 수면제만 자꾸 삼킬 경우 수면제 없이 못 자게 되거나, 내성이 생겨 복용량을 늘려야 하기 쉽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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