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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나치 부역’ 발언으로 굳어버린 폴란드·이스라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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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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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8일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비셰그라드(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4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폴란드 나치 부역’ 발언 때문이다.

요안나 코프친스카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해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야체크 차부토비치 외교장관이 대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PAP통신이 보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18일부터 이틀간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비셰그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불참 배경에는 지난 14일 보도된 네타냐후 총리 인터뷰가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3~14일 미국 주도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문제 콘퍼런스에 참석하던 중 이스라엘 언론에 “폴란드인들이 나치에 협력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폴란드인들’(Poles)이 아닌 ‘폴란드 국민’(The Poles)으로 표현했다. 폴란드 국민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트위터에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했을 당시엔 ‘폴란드 정부’가 없었다. 폴란드와 유대인 모두 독일인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모든 폴란드 국민이나 국가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치에 부역한 일부 폴란드인들을 지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15일 주폴란드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토마시 뉴스위크 폴란드판 편집장은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반유대 성향의 유권자를 살펴야하기 때문에 예루살렘 방문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초에도 홀로코스트 문제로 대립했다. 당시 폴란드는 나치가 폴란드에 설치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나 홀로코스트를 폴란드와 연관지어 언급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내리는 ‘홀로코스트법’을 만들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때문에 폴란드에 학살 책임이 전가되고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이유였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폴란드는 형사처벌을 ‘훈계’로 완화했다.

이스라엘은 폴란드와 역사문제로 종종 부딪치지만, 비셰그라드 그룹과 가까워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비셰그라드 4개국이 자국에게 적대적인 유럽연합(EU)과 날을 세우고 있어서다. EU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난민 의무 할당 등에 반대하며 다른 EU 국가들과 마찰을 빚어온 비셰그라드 4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노력은 성과를 거뒀다”며 “미국이 지난해 5월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때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는 EU가 비판성명을 발표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전했다. 다만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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