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트롬쇠 콘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박흥경 외교부 북극협력대표(북극대사)는 최근 북극을 둘러싼 정치외교 상황이 점점 우리나라에 불리해지고 있다며 심각한 얼굴로 우려를 표했다.
북극 자원과 항로를 우리나라가 거머쥘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다는 사실은 트롬쇠 콘퍼런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닫히는 문을 비집고 들어가 북극 자원·항로를 얻어내려는 우리나라의 관심과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 국내 북극 관계자들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북극 바다에는 주인이 있다는 점, 그 주인들이 강대국이라는 점, 강대국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북극 정치외교 판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에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남극대륙은 강대국들 간 치열한 소유권 다툼 끝에 1991년 '마드리드의정서'가 체결되며 2048년까지 인류 공동 유산으로 남게 돼 일단 문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북극은 다르다. 북극해 인근 5개국이 자국 앞바다에 대한 권리를 앞다퉈 주장하며 나서고 있는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전혀 없다. 자칫 잘못하면 북극 관련 거버넌스에서 우리나라가 발 디딜 구석이 쪼그라드는 건 시간문제다.
북극해를 영해로 둔 5개국은 노르웨이·러시아·미국·캐나다·덴마크다. 북위 66도33분 북극권한계선 위 지역에 위치한 5개국은 200해리(약 370㎞) 구간 북극해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인정받고 있다. 5개국은 북극에서 점점 더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중국·일본·프랑스 등과 더불어 옵서버(참관인) 자격을 얻으며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지금도 북극에 쇄빙선을 띄워 과학연구에 기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북극 항로와 자원이라는 우리나라의 궁극적인 목표를 손에 넣을 방법은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북극에 직접 영토를 갖고 있지 않은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 자원 개발 직접투자는 중국에 뒤처져 있고, 제2쇄빙선으로 과학조사 분야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정부가 쇄빙선 승인을 미루면서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트롬쇠(노르웨이)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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