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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길] 제품 개발비 벌겠다며 대리운전 뛰다가… 스러진 '발명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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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4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도로. 대리운전 기사 조모(63)씨가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졌다. 대리운전 일에 뛰어든 지 두 달여 만이다.

숨진 조씨는 특허를 20여 개 보유한 발명가였다. 직원 1명과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업체에 위탁해 생산했다. '꼬마 밥차'라는 길거리 음식 판매 시설, 운동 효과가 큰 자전거 등을 개발해 발명상을 받고 방송에도 소개됐다. 조씨 친구 정익흠(62)씨는 "항상 자신을 사업가가 아니라 발명가로 소개할 정도로 발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를 '발명왕'이라고 불렀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조씨 회사 직원은 "지난해부터 회사 매출이 줄어 힘들어하셨다"며 "다음 제품 개발에 보태겠다며 야간 운전을 했다"고 했다.

최근 신제품 자전거 300여 대를 제작했지만 100대 정도만 팔려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개발비를 회수 못 할 때도 있고, 몇 년씩 개발한 발명품도 홍보비가 없어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며 아쉬워했었다"고 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조씨의 '발명열(熱)'은 식지 않았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본 조씨는 대리 기사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초경량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은 밤낮으로 일하는 조씨에게 "나이도 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라"고 했다. 조씨는 "계속 일(발명)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낮에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밤에는 차를 몰았다. 친구 정씨는 "사고 전날 '제품 개발 때문에 천안에 와 있다'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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