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트럼프, 장벽예산 서명 뒤 ‘국가비상’ 선포 예고…민주당 “위헌 소송” 반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백악관 “국가비상사태 등 행정 조처” 예고

셧다운 재발 피하면서 장벽건설 강행 복안

민주 “월권 책임 묻겠다”…공화당, 역풍 우려

법률가들 “예산전용 위한 ‘비상선포’ 위헌 여지”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국경장벽 예산안에 서명하겠다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경장벽 강행을 둘러싸고 사상 최장기(35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에서 겨우 벗어난 미국 정치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을 조짐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예산법안에 서명할 것”이란 소식을 전하면서 “대통령은 국경에서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에 관한 위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다른 행정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대통령 직권으로 국방비를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셧다운의 재발을 피하면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애초 구상대로 관철하려는 복안이다.

행정부와의 협상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이날 미국 하원은 국경장벽 건설비로 13억7500만달러를 배정한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셧다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럴(셧다운 재돌입) 이유가 없다”며 의회 예산안에 서명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예고에 민주당은 위헌소송으로 맞설 태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어 “(장벽건설 예산 확보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권력남용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가 장벽 건설비용을 내도록 하겠다’던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란 사실을 오도하려는 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의회가 반대하는 사업의 예산 전용을 위한 경우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가족 이산, 어린이 구금, 망명 희망자 강제송환 등 국경의 어떤 위기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만든 것일 뿐 국가적 비상사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가공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권한을 남용하고 의회와의 협상을 포기한다면, 우린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헌법학자인 매리 매코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에) 어떤 돈을 어떻게 쓰려는지에 (위헌 여부와 관련해)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권 공화당과 행정부 안에서도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득보다 실이 큰 역풍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백악관 쪽에 ‘대통령의 조처가 법원에서 제동에서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으며, 백악관 참모진도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소송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가비상법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일로부터 15일 안에 의회 상하 양원이 공동으로 그에 대한 불승인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그런 결의안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의회 결의안이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지 않는 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집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까지를 포함해 3분의 2 이상이 지지하는 불승인 결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집권당 안팎의 우려와 민주당이 주도할 위헌 소송을 무릅쓰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예고가 민주당으로부터 막판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카드인지, 아니면 실제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그 적법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지 주목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