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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명박·삼성·양승태… TV 시사프로, 일제히 적폐몰이 융단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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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잃은 지상파] [4] 정권에 코드 맞추기

文정부 들어 정치이슈 34%, 朴정부 28%·盧정부 12%보다 높아

작년 11월 30일 MBC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는 '리밍보의 송금:MB 해외계좌 취재, 중간보고'편을 방송했다. '리밍보'는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 이름의 중국식 발음이다. 내용은 이 전 대통령 측근과 동명이인인 익명의 해외 사업가가 외국 은행에서 '리밍보가 당신에게 달러를 송금했다. 리밍보를 아느냐'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는 것이 전부. 확인되지 않은 제보 내용을 해외 취재 장면과 섞어 흥밋거리로 내보냈다.

중국서 MB 계좌 2개를 확인했다며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취재 결과, MB 명의의 계좌는 없었다. MB가 구속된 뒤에도 비자금을 추적한다며 팟캐스트 출신 기자를 앞세워 몰려만 다니다 허탕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 것이다. 이 프로는 지난 1년간 MB 비자금·자원 외교와 관련된 아이템만 9차례 다뤘다.

코드 맞춰 '적폐' 주제만 집중 공격

MB뿐 아니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1년간 '삼성, 보수 단체 육성했다' 등 삼성그룹 관련 아이템 9건, '양승태 대법원' 비판 5건 등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방송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다른 TV 시사 프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8월 폐지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개그맨 강유미를 앞세운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포함해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너희가 MB를 아느냐' 등 MB 관련 아이템만 7차례 보도했다.

KBS '추적 60분'도 작년 초 사장이 교체된 이후 과거 정권 파헤치기에 들어갔다.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삼성공화국1편…이건희 차명 계좌 이대로 묻히나'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등을 잇달아 방송했다. MBC 'PD수첩'도 'MB 형제와 포스코 1·2', '국정원과 가짜 보수 불법 정치 공작' 등 과거 이슈를 쏟아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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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 이슈가 급증한 것도 특징이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정치·행정 이슈의 비중이 33.7%로 가장 높았고 외교·통일·안보 이슈 18.9%, 경찰·범죄 11.6%, 검찰·법원 5.3%, 경제 7.4% 등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치·행정 이슈가 28%, 노무현 정부 때는 12%(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5)에 불과했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지상파 시사프로는 '적폐' 관련 정치 이슈만 파헤쳐온 셈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일방적 정부 옹호

미디어 비평을 내건 KBS '저널리즘토크쇼J' 역시 조선일보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만 집중 공격했다. 본지 분석 결과, 지난 총 31회 방송 중 24회(77.4%)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했고, 동아일보·중앙일보 비판은 각각 18회, 15회였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4회, 경향신문은 2회뿐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에서 출연자 편향성(주장 강도, 0~2)이 1.5로 가장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로도 나타났다. 12개 시사 프로 평균인 1.01을 웃도는 수치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작년 8월 5일 방송에서 최강욱 변호사는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을 "그만큼 노동자의 권리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깎아내렸다.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보수 언론이) 불쌍한 애들끼리의 싸움으로 몰아간다"고도 했다.

프로그램 주제도 '남·북·미 회담으로 본 북한 보도의 문제점' '폭염 속 이어진 탈원전 보도 논란'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기는 언론 보도' 등 정부와 여권을 대변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 여당에서 가짜 뉴스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던 시기를 전후해 '유튜브 저널리즘의 명과 암' '가짜 뉴스 실태와 대책' 등을 편성하기도 했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언론의 기준이 되는 지상파 공영 방송사는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논쟁적 사안에서 반론권을 보장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는 등 공정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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