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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왜 좌우 없이 마크롱 공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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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이탈리아 부총리 2명, 난민·‘노란 조끼’ 등 대립각

프랑스, 주재 대사 소환 맞서

5월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중도 자유주의 프랑스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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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갈등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부가 이탈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면서 최악의 외교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집권 연정의 두 부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벌이는 자존심 싸움의 이면에 유럽의 정치적 미래를 둘러싼 유럽통합파와 반유럽연합주의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사 소환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노동산업장관)가 지난 5일 트위터에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의 핵심 인물인 크리스토프 샤랑송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고 대사 소환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디마이오 부총리는 지난달 7일에도 자신이 대표인 오성운동 블로그에 “노란 조끼들이여, 약해지지 말라”고 써 프랑스를 자극했다.

‘프랑스 때리기’에 더 적극적인 쪽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내무장관)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 “프랑스인들이 끔찍한 대통령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공격하는 등 사사건건 프랑스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프랑스·이탈리아 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오성운동이 동맹당과 연립 정부를 출범시키면서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온 동맹당이 이탈리아 정부의 주축이 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하자 포퓰리즘 정당을 한센병에 비유하는 등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살비니 부총리는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난민 문제에 관대한 입장인 디마이오 부총리도 프랑스의 위선을 거론하며 살비니 부총리와 보조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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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가 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13차 시위에서 개선문 앞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파리 4000명 등 전국적으로 1만2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파리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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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탈리아 부총리들의 경쟁적인 ‘프랑스 때리기’는 오는 5월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포퓰리즘 진영과 유럽연합(EU)의 다수파인 중도좌파·중도우파 진영이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과 EU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살비니, 디마이오 부총리는 EU가 예산 문제나 난민 문제에서 회원국들의 내정에 간섭하는 정치 엘리트 집단이라고 비판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살비니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진영과 마크롱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진영이 EU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 “2019년 봄 마크롱과 그의 친구들을 쓸어버릴 인민의 봄이 기다리고 있다”며 극우·포퓰리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호소한 바 있다.

이탈리아 두 부총리 간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마이오 부총리가 노란 조끼 핵심 인물과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 살비니 부총리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탈리아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디마이오 부총리의 도발은 누가 더 반프랑스적인지를 보여주려는 살비니 부총리와의 지속적인 경쟁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오성운동은 유럽의회의 좌파 포퓰리즘 정당 그룹에 속하는 반면 동맹당은 우파 포퓰리즘 정당 그룹에 속해 경쟁관계에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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