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바뀐 뒤 빠른 결단 태도 주목
한솔PCS·하나로텔레콤 때와 대비
LG ‘구광모 결단’ 분석에 거리두기
엘지유플러스(LGU+)의 씨제이(CJ)헬로 인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전과 다르게 빠른 결정을 내린 엘지의 태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 결정권자가 고 구본무 전 회장에서 구광모 회장으로 바뀌면서 결단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엘지는 2000년 한솔피시에스(PCS)와 이후 하나로텔레콤이 매물로 나왔을 때는, ‘정부가 걸림돌을 치워주겠다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건이 괜찮았지만 인수하지 않았다.
10일 업계 얘기를 종합하면, 엘지유플러스는 곧 이사회를 열어 케이블텔레비전 1위 사업자 씨제이헬로 인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엘지유플러스가 씨제이이엔엠(CJ ENM)이 보유한 씨제이헬로 지분 53.92%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 가격은 1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41%로 4위에 머물던 엘지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24.43%로 높아진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를 누르고 케이티(KT)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또한 씨제이 계열 콘텐츠 생산·유통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 앞서 엘지유플러스는 지상파 방송사과 경쟁업체들의 반발을 무릅쓰며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씨제이헬로의 알뜰폰 가입자 80여만명도 넘어온다.
앞서 하현회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 때 “특정 업체에 제한하지 않은 채 유료방송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엘지는 과거에도 통신·방송 시장에서 엘지유플러스의 외형을 키울 인수·합병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결단을 하지 못하고 놓쳤다. 2000년 5개에 이르던 이동통신 사업자가 3개로 줄어들 때 한솔피시에스를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모두 검토만 하다 그쳤다. 이 회사들은 각각 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SKT)에 인수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보통신부 출신 관계자는 “구본무 전 회장 시절, 엘지가 통신서비스 사업에 자신감을 잃어 기회를 줘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엘지가 통신서비스 사업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엘지유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309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이 좋아져 인수에 필요한 자급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라는 해석에 엘지 쪽은 거리를 둔다. 회사 관계자는 “추진력이 강한 하현회 엘지유플러스 부회장과 엘지유플러스 최고경영자로 있으며 씨제이헬로 인수 건을 직접 검토했던 권영수 지주사 부회장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로 봐달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해온 점을 의식한 설명이다.
현재 케이블텔레비전방송 업체 중에서는 씨제이헬로 외에도 여러 사업자가 매물로 나와 있다. 인터넷텔레비전 등에 밀려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엘지유플러스에 이어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도 케이블텔레비전방송 사업자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통신사들이 새 이동통신(5G)과 유료방송·콘텐츠 쪽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미 3사 모두 유료방송과 콘텐츠 사업으로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최현준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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