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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응급의료 개척자' 눈물의 영결식…의료계에 남긴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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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 “국내 응급의료 개척자” / 장남 형찬군 “아버지 꿈 이뤄지길” / 이국종 “윤한덕 이름 새긴 응급헬기 타고 함께 비행할 것”“생명 꺼져가는 환자 이송 때 떨리는 손 잡아주리라 믿는다” / 의료계 남긴 과제 많아 /응급환자 제때 치료받을 수 있게 ‘골든타임’ 지킬 이송 시스템 절실 / 응급실 살인적 근무시간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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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하는 응급의료 헬리콥터에는 선생님의 존함과 콜 사인인 ‘아틀라스(Atlas)’를 박아 넣을 것입니다. 선생께서 저희와 함께 비행하실 것으로 믿습니다.”(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유족, 응급의료 일선에서 함께했던 동료 등 300여명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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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군은 “저는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아버지가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 가진 것을 알고 있고, 진심으로 이해한다”며 “모형 비행기를 만들고 했던 날들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위로해준 많은 분께 감사하다”면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아버지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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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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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한 李 교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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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직장동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추도사에서 윤 센터장을 지구의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신화 속 ‘아틀라스’에 비유하면서 “본인에게는 형벌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그 덕에 우리는 하늘 아래 살아갈 수 있다”고 추모했다. 이 교수는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닥터헬기가) 싣고 갈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창공에서 뵙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인 윤한덕 선생님,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우리는 선생이 남긴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 보겠다”고 애도했다.

영결식 후 윤 센터장의 시신은 화장된 뒤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윤 센터장의 죽음은 열악한 한국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생전 윤 센터장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떠돌지 않고 가장 적합한 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돼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에 병상이 있는지, 수술 등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16년 119구급차 병원 재이송은 4만5352건이었는데, 사유 1위가 ‘전문의 부재’였고, ‘진료과 없음’, ‘병상 부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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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근무 중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10일 의료원 대강당에서 영결식을 엄수한 뒤 윤 센터장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들고 의료원을 돌고 있다. 뉴시스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다. 전원조정센터를 확충, 이를 바탕으로 경중에 따라 환자를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역마다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할 응급의료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응급구조사들의 업무 범위 확대도 윤 센터장이 추진하던 일이다. 현행법상 응급구조사는 인공호흡, 지혈 등 14개 행위만 할 수 있다. 윤 센터장은 페이스북에 “벌에 쏘여 과민성 쇼크로 119를 불러도 에피네프린(항알레르기 응급치료제)을 투하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복지부와 소방청은 오는 3월 일부 119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점차 늘려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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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응급실 근무시간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의료계는 인력 확충이 되지 않으니 업무 강도가 세지고, 의료진이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대다수 병원 의사들은 휴식시간도 없이 24시간 대기, 주 7일 근무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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