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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의료계 아틀라스…`윤한덕` 닥터헬기에 새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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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장남 윤형찬 군이 추모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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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Atlas)'는 서구의 맨 끝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형벌과 같은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죠. 사람들은 아틀라스를 모르지만 그는 무심하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선생은 아틀라스였습니다."

설 연휴 본인 집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의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50)은 10일 엄수된 영결식에서 고인을 이같이 추도(追悼)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9층 대강당에서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응급의학 전문가들과 국립중앙의료원 동료 의사, 유족 등 300여 명이 모여 윤 센터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국종 교수는 윤 센터장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하늘을 떠받치는 신,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본인에게 형벌과 같은 상황이지만, 아틀라스가 자신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며 견뎌내는 덕분에 우리는 하늘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아주대병원에서 곧 운행할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가 윤 센터장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생이 다른 헬기와 혼동하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 윤 센터장의 이름과 콜 사인(Call Sign)인 아틀라스를 크게 박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17년간 윤 센터장과 함께한 국립중앙의료원 동료들도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며 그를 회상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인 윤한덕 선생님, 세상을 향한 비범함 속에서도 수더분한 웃음을 짓던 당신이 벌써 그립다"며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우리는 선생이 남긴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보겠다"고 애도했다.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 군도 유가족 대표로 담담하게 추모사를 이어가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윤군은 "저는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알고 있고 이해한다"며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결식 이후 유족과 동료 의사들은 윤 센터장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의료원을 한 바퀴 돌았다. 윤 센터장의 영정사진은 평생을 몸 바친 중앙응급의료센터 집무실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영정사진을 뒤따르는 동료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다. 장례 절차를 마친 윤 센터장의 시신과 영정을 실은 영구차는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장을 떠났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끝내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윤 센터장의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 옮겨져 영면에 들어갔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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