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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완전자율 교육` 박원순표 대안학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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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에 42개의 (인가받은) 대안학교가 있고 인가를 안 받은 대안학교가 있는데 인가를 받는 순간 교육부 지침과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잖아요. 서울시가 이런 것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형 대안학교' 정책은 교육당국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인가형 대안학교에 교육당국 소속과 관리에서 벗어나 서울시 관할로 들어오라고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 내려면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닌 다양하고 자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발상이 그 배경이다.

박 시장은 10일 진행된 '서울시-매경 그룹 인터뷰'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셨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핀란드 수학 교사에게 '수학 교육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니 바로 '행복'이라고 그 교사가 답하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가 경쟁력과 교육 수준이 높은 핀란드 교사들은 교육의 핵심을 아이들의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입시 중심인 한국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서울시 품으로 들어오기를 원하는 대안학교가 있으면 받아주고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더라도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는 게 박 시장 구상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교육부가 상당히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학교는 교육당국 인가 여부에 따라 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가형'과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비인가형'으로 나뉜다. 박 시장이 언급한 42개 대안학교는 서울시내에 있는 인가형 대안학교 39개와 서울 외 지역에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관리하는 인가형 대안학교 3개를 지칭한다. 서울시내 39개 중에서는 4개(공립 1개, 사립 3개)만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이며, 나머지 35개는 서울시교육청이 매년 지정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이다. 2018학년도 기준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총 76개 학급을 운영 중이며 학생 1480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비인가형 대안학교는 편의상 '대안학교'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법적으로 학교라고 부를 수 없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서울 내 비인가형 대안학교는 총 82곳이다. 이곳은 졸업하더라도 학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검정고시를 따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이 같은 비인가 대안학교가 법 테두리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비인가형 대안학교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교육당국의 '관리 범주'에 넣기 위한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서울형 대안학교' 정책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방향과 정반대다. 교육당국 품을 벗어나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시 품으로 들어오면 재정 지원은 물론 완전한 자율을 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천편일률적 규율과 제재가 청소년으로 하여금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결국에는 학교를 떠나게 만든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인가형 대안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와 달리 까다로운 정부 기준을 맞춰 왔다. 우선 교육과정이 그렇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로 인정받으려면 국어·사회 과목 시수를 정규 학교의 50% 이상 둬야 한다. 교육청에서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 시수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 나머지 대안교과가 3분의 2 이하라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대안교과 과목 구성도 당국 조건을 맞춰야 하고, 창의적 체험활동도 편성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연간 수차례 교육청 장학지도를 받고 예산감사도 받는다. 이 중 대부분(대안교육 위탁기관 35곳)은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예산(500만여 원·급식비 포함)이 공립(942만원)의 절반을 겨우 넘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가 대안학교 지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안학교가 대안학교다우려면 교육과정 등 학교 운영에 대해 '완전한 자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시장은 "핀란드식으로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을 표방하려 한다"며 "서울시는 대안학교에 물적 뒷받침만 하고 관심을 끄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인가 대안학교 중에서 '비인가가 되겠다'고 뛰쳐나가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교육당국에서 충분치도 않은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불필요한 간섭과 제재를 받느니, 서울시 산하 '시립형' 대안학교가 되어 자율 확보를 원하는 곳이 상당수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인가된 학교를 비인가로 전환하면서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효혜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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