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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SNS서 마약 팔아도 단죄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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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마약 판매조직이 치킨 프랜차이즈에 투자해 이 체인망을 통해 마약을 유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독자들은 손쉽게 전화나 터치 한 번에 치킨을 시키고 서비스로 함께 배달 온 마약에 빠져든다. 마약 조직 보스는 '대한민국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현실화하고 기뻐한다. 현실에선 어떨까.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창에 이른바 '물뽕'을 입력하자 구매를 알선하는 글이 넘쳐났다. 알선글 게시자들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소개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정품만 취급한다"며 사용 후기 동영상을 보내주겠다는 계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폭행 논란을 계기로 물뽕 등 불법 약물이 SNS를 통해 손쉽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온라인 불법 약물 판매 적발이 실질적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라인 불법 의약품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약사법이 개정됐지만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불법 의약품 판매에 대한 적발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이 실시한다. 우선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있는 사이트를 적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차단이나 삭제 조치 등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처벌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경찰 등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식약처 적발이 판매자 처벌을 위한 고발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0일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온라인 의약품 불법 유통 적발 및 고발·수사 의뢰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식약처의 온라인 불법 판매 적발 건수 대비 고발 및 수사 의뢰율은 1% 미만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해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은 2만8657건으로 2017년(2만4955건)보다 14.8% 증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불법행위 경중에 따라 고발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범죄 수법이 점차 고도화하면서 이를 모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적발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이트나 게시물에 대한 즉각적인 차단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온라인 불법 의약품 판매를 적발하고 방통위가 최종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차단하기까지는 평균 한 달이 걸린다.

불법 유통 의약품 종류도 다양하다. 스테로이드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라온다. 국내에서 의사 처방 없이 스테로이드제를 유통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SNS에서는 검색 한 번에 접할 수 있었다. 불법 낙태약 '미프진'이나 비아그라, 호르몬, 인슐린 등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판매 광고도 여과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약사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개정된 약사법은 불법 의약품 판매가 벌칙 대상이라는 기존 조항에 판매 알선과 광고 행위도 벌칙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개정법은 온라인상 불법 판매 행위에 관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 식약처장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통산판매중개업자에 대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식약처가 온라인 불법 약물 판매를 직접 제재할 수는 없다.

이용환 의료전문 변호사는 "식약처 모니터링 전담 인력은 20명에 불과하다"며 "전담 인력을 늘려 단속을 강화하고 실질적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식약처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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