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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비건 "韓美 생각 같다"…내주 美北 2차실무회담이 `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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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지난주 평양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첫 본격 탐색전을 벌여 회담 장소를 베트남 하노이로 최종 확정한 데 이어 후속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금명간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그만큼 논의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 9일 평양에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큰 방향에서 북·미회담이 잘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전했다.

한미 정상은 물론 레벨별로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달 중순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직접 만나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의 개최 약 열흘 전에 베트남에서 만나 실무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공조 체제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정의용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생각이 같다(We're on the same page)"고 언급했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 양측은 55시간에 걸친 이번 평양 실무협상에서 회담 장소와 의제 등 정상회담의 모든 요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채택을 기준점으로 삼아 양측이 추가로 교환할 '플러스 알파(+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미·북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북제재 등 핵심 사안을 건드리지 않고 북측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채택,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등을 교환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환대를 받았으며 이번 실무협상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협상이라기보다는 양국이 구체적 입장을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정의용 실장에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황 등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미국이 북측의 제재 완화·해제 요구를 수용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한미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 입장은 '스몰 딜'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북측이 핵·미사일 신고 리스트 제출과 핵탄두·ICBM 반출·폐기 등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미국도 엄격한 제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측이 체제 보장을 위한 '민족의 보검'이라고 지칭하는 대미 핵타격 능력을 축소·폐기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도 북측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낸 '전가(傳家)의 보도'인 대북제재를 늦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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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북 비핵화 협상 특성상 실무 레벨에서의 협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북한이 (이른 시기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에 '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이 양보를 하든지, 양측 정상이 회담에서 만나 담판을 짓든지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비건 대표는 일주일간의 서울·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비건 대표는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에게 대북 협상 결과를 보고한 뒤 후속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인 지난 9일 청와대와 외교부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과도 만나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 비건 대표는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 실무협상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양측 모두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도 만나 양자·3자 협의를 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정의용 실장과도 50여 분간 만나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박용범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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