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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고층 아파트 재개발 반대” 2라운드 돌입한 손혜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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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우려는 이 난리를 치르고도 목포 서산온금지역의 고층아파트 건설계획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6일 손혜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러면서 김종식 목포시장과 지역구 3선 박지원 의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달산 기슭 고층아파트 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한 것이다.

경향신문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1월 23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의혹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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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의 전쟁.’

SBS가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건물 투기의혹을 연속보도하며 촉발됐다.

손 의원은 투기가 아니라며 탈당까지 감행하며 맞섰다.

전쟁은 설 연휴를 거치며 잠시 휴지기를 갖는가 싶더니 다시 확전양상이다.

구도는 여러 갈래다. SBS의 의혹 제기를 이어받은 보수매체들은 보훈처의 좌익 경력을 가진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과정, 자신이 대표로 있던 전통공예품 유통매장에 대한 코레일의 특혜, 손 의원과 김정숙 여사의 친분설 의혹 등을 제기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비판은 손 의원이 몸담았던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1월 21일 MBC 보도 프로그램인 ‘뉴스외전’에 출연한 금태섭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는 어떤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되는 것이 기본 윤리인데 손 의원이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 의원이) 가짜뉴스를 보고 그대로 인용하는 것 같은데 심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 다시 불붙은 서산온금 재개발 논란

논쟁의 ‘2라운드’는 앞서 손 의원이 거론한 것처럼 구도심에서 약 1.5㎞ 떨어진 서산온금지구 재개발사업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왜 우리를 걸고 넘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곳(서산온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생업을 해온 사람이다. 우리들더러 무슨 욕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와서 일주일이라도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7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오신 노인들이 여전히 재래식화장실을 쓴다. 길이 좁아 차도 못올라오고, 경사가 가팔라 눈이 오면 집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아직도 연탄 때는 집도 많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김대식 서산온금재개발조합장의 말이다.

기자가 김 조합장과 첫 통화를 한 1월 29일 오전, 재개발 시공사 컨소시엄의 주회사인 중흥건설은 조합에 시공사 참여 철회 공문을 발송했다.

수화기 넘어 조합사무실로 모여든 사람들의 성난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김 조합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스 산토리니니 어쩌고 하는데 결국 이렇게 만들어놨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손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제기된 다른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우리 사업을 문제삼은 것이 아닌가.”

SBS의 투기의혹 보도와 관련해 김 조합장이 소셜미디어(SNS)에 남긴 글이 주목을 받았다.

보도 당일(1월 15일), 지역 문화운동 관련 인사 ㄱ씨가 자신의 SNS에 ‘오늘 저녁 8시에 SBS에서 목포와 관련된 멋진 뉴스가 보도될 예정이랍니다. 많이 많이 봐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김 조합장은 해당 게시물에 “저희 조합원들에게 다 시청하라고 했다”며 “그분의 실체를 잘 보았고 문화재를 빌미로 목포를~~ 씁쓸하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보도 당일 게시물과 댓글을 주목하는 쪽에서는 건물 투기의혹 보도의 ‘발원지’가 앞서 지역문화운동 관련 인사이거나 서산온금지구 재개발조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여기에 SBS의 모태회사인 태영건설과 재개발 시공사인 지역 중견 건설업체 중흥건설이 모종의 경영적 이해로 ‘정보’를 주고받아 나온 보도가 아니냐는 배후 음모설도 상당히 그럴 듯하게 돌았다.

■ 최초 제보 누가? 횡행하는 음모론

“왜 그런 구도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임경숙 목포환경연합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ㄱ씨의 경우 서산온금지구가 고층아파트 건설방식으로 재개발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입장이었다”며 “그에 따라 재개발조합 구성 주민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 국장이 소속된 목포환경연합 등 목포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는 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손혜원 의혹’을 정쟁거리로 삼으며, 목포가 마치 거대한 투기장으로 변모한 양 왜곡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손혜원 의원 의혹사건을 침소봉대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을 좌초시키려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임 국장은 “논란이 됐던 ㄱ씨와 ㄱ씨 중심의 단체는 쓸데없는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성명 발표 연대단체에서는 빠졌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침묵했다.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서산온금지구 재개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목포 유달산 경관을 해치는 방식의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발언하는 영상을 올렸다. ㄱ씨는 주변에 “관련 보도에 ‘인터뷰이’로 참여해서 해당 보도 내용을 미리 알았을 뿐, 최초 의혹 제보자는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 측의 여러 차례 해명으로 이른바 투기의혹의 설득력은 많이 떨어지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의혹을 최초 제보한 쪽이 어디냐는 이번 사태의 한 갈래로 지금도 계속되는 이슈다.

물론 언론사에 취재원을 밝히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꼬리를 문 의혹의 한 당사자로 지역에서 가출여성 쉼터기관을 운영 중인 ㄴ씨가 거론되고 있다.

목포 구도심의 오래된 적산건물 등을 손 의원에게 소개한 인사는 ㄴ씨이며, 실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핵심 건물들은 손 의원 측이 아니라 ㄴ씨나 ㄴ씨 친인척이 사들였다는 것이다. SBS의 최초 보도에서 근대문화유산 지정 후 4배 이상 호가가 올라갔다는 건축물도 ㄴ씨 측이 매매에 간여한 건물로 알려졌다. 이어 ㄴ씨의 경력이 문제가 되었다. 과거 ㄴ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자신이야말로 투기를 했으면서 상대 당 의원 관련 의혹을 언론에 제보해 한 건을 올려 보수야당에서 공천받으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간경향>은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ㄴ씨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시공사였던 것은 맞지만 정식계약을 맺은 상태도 아니었고, 우리까지 음해세력으로 거론되는 것은 부담되는 측면이 있었다.”

2월 1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중흥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구설수에 오른 것이 부담이었고, 복잡한 여론에서 그냥 빠지고 싶어 사업 포기를 한 건데 여전히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건설사가 인근의 여고 부지를 구입한 것이 재개발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곳은 사업하기 전부터 구매해놓은 땅이며 실제로 가서 보면 언덕 위이며 서로 바라보는 방향도 달라 합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견강부회식 의혹 제기라는 주장이다.

‘손혜원의 전쟁’과 관련, 현재까지 등판하지 않은 ‘주요 당사자’는 또 있다.

2017년 공장부지 내 일부 시설에 대해 문화재등록 지정을 받은 조선내화다. 서산온금지구 재개발사업 초기인 2000년대 중반에는 조선내화 측도 재개발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개발 계획안은 22층에서 25층 규모로 아파트를 건립하는 계획이었다.

‘유달산 경관을 해친다’ 등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전남도에서는 2017년 10월 21층으로 규모를 줄인 결정안을 고시한다.

그런데 그해 12월, 이번에는 문화재청이 굴뚝을 포함한 조선내화 부지 일부를 등록문화재로 고시했고, 조선내화 측은 다시 나머지 부지도 추가로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서산온금지구 재개발 대상 지역을 보면 대부분은 구릉 위에 해당하며 평지에 위치한 곳이 조선내화 부지다.

즉, 재개발사업의 노른자에 해당하는 지역의 소유자가 돌연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조합 측은 반발했다.

당시 조합 측이 낸 탄원서를 보면 “현재는 공터만 남거나 고물집하장으로 사용되는 등 있지도 않은 건축물을 문화재등록 신청을 받은 목포시는 등록 신청을 철회,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내화는 일제시대 적산공장을 이훈동 회장(2010년 사망)이 인수해 1947년 설립한 공장으로 목포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목포 조선내화 공장은 공식적으로는 1997년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지역주민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사실상 운영이 중단되었고,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된 지붕 등 때문에 고통을 겪어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석면지붕은 모두 철거된 상태다.

■ 조선내화는 왜 침묵할까

조선내화를 검색해보면 지난해 3월 나온 흥미로운 보도가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다온’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아버지가 실소유주인 차량시트 제조기업 다스를 우회상속하려고 하는데, 조선내화가 미국에 설립한 ‘다온 프로퍼티’라는 회사가 해외비자금 불법도피 통로로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의혹설의 계기는 이 회장의 손자인 이재욱 전남일보 사장 및 이 사장의 아버지 이정일 전 의원(2009년 사망) 일가와 이시형씨 등 MB 일가가 교분이 있었고, 그 교분을 바탕으로 조선내화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MB의 해외비자금을 빼돌리는 통로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16년 9월 한 달간 목포 조선내화 공장 부지에서 유인촌 전 장관이 참여한 ‘셉템버 페스트’라는 문화행사가 열렸는데, 조선내화 측의 돌연 입장 변경과 관련된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추가 문화재등록 신청(2017년 12월) 전에 조선내화 측에서 자문을 구하러 찾아왔던 것이 기억난다.”

김종익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장의 증언이다.

그는 “당시 조선내화 측에서는 선대회장(이훈동)의 유지가 박물관을 만들든가 하는 식으로 과거와 다른 문화를 중심으로 부지를 활용했으면 한다며 그에 따른 자문을 부탁해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실제 산업유산으로 도시재생사례를 들며 적극 조언에 응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 고향이 그쪽(목포)이라는 것을 잘 모르면서 도시재생전문가로 조언을 받으러 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문화재등록 추진에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기보다는 선대회장의 유훈이었다는 것이 조선내화의 입장일 것으로 보인다.

조선내화 측은 지난 1월 구도심 투기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서산온금지역 재개발 문제까지 번진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대식 조합장은 “조선내화 측과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시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철수를 선언한 이상, 재개발사업은 새로운 시공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은 “실제 방문해본 서산온금지구의 조선내화 부지는 근대산업유산으로 보존가치가 크다”며 “재개발조합 측에서는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재개발 추진을 주장하지만 이미 보상받은 사람 대부분은 지역을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김종익 센터장은 “어떠한 재개발 방식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과 함께 정부의 문화재 정책, 주민 이주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며 “논란이 잦아들면 어찌됐든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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