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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통령 후보 경선 전초전이 된 한국당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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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오세훈·홍준표 빅3 전대 출마… 2022년 대선후보 전초전



경향신문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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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내 후보 경선으로 맞붙어야 할 ‘빅3’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붙게 됐다.”

자유한국당 내 한 인사가 지난 1월 30일 홍준표 전 대표의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를 두고 꺼낸 말이다. 빅3는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를 말한다. 이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은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여당과 싸움을 펼치는 데에는 빅3 중 오 전 서울시장이 가장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이 지역의 승부를 감안할 때 서울시장을 역임한 데다 중도보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 전 시장이 한국당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이 인사는 “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오 전 시장이 총선을 지휘하고, 당이 제자리를 잡은 후 빅3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붙는 것이 좋다”면서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가 결국 홍 후보의 전대 출마를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2022년 초에나 붙어야 할 격전이 2019년 늦겨울에 벌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3년이나 앞당겨진 대선주자들의 전초전에 대해 이 인사는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당 지지자 48.4%, 황교안 선택

이런 흐름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보수당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당내에서 권력을 차지해야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배치하고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다. 대선은 2022년이지만, 유력 주자들로서는 당협위원장을 새로 배치하고 전국 단위의 선거를 지휘하는 내년 총선의 ‘권력’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참모들과 추종자들이 당내 권력 확보에 욕심을 내다 보면 리더도 자기 의사에 반해 출마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어느 선거든 끝까지 가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오세훈·홍준표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25~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15.8%로 1위, 오 전 시장은 8.5%로 3위, 홍 전 대표는 5.2%로 4위를 차지했다.(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서는 바른미래당 소속의 유승민 전 대표(15.5%·2위)와 안철수 전 대표(4.2%·5위)도 포함돼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 황 전 총리·오 전 시장·홍 전 대표는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얼굴인 셈이다.

이 조사에서 전대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자유한국당 당대표 적합도’ 조사다. 황 전 총리가 14.9%로 1위였고, 오 전 시장이 14.4%, 홍 전 대표가 8.3%를 차지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비슷한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는 2월 전대에서 30% 반영된다.

나머지 중요한 70%는 ‘당심(黨心)’에서 결정된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대로라면 당심은 황 전 총리에게 크게 기울어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자의 48.4%가 황 전 총리를 선택했다. 오 전 시장은 13.2%, 홍 전 대표는 11.5%에 불과했다.

실제 한국당 내부에서는 전대 국면이 시작되자마자 황 전 총리의 우세를 점쳤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황 전 총리의 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처음에는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황 전 총리가 출마선언을 한 후 상황이 갑자기 달라졌다”면서 “당원들의 마음이 황 전 총리에게 기운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변화에는 황 전 총리의 출마선언이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황 전 총리의 출마선언문을 보면 ‘나는 철저한 보수우익’임을 아예 선거전략으로 내세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도세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수우익의 기반 위에서 활동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당심을 앞세운 황 전 총리 측의 철저한 계산이 출마선언에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 캠프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가까운 보좌진들이 대거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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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당협위원장 조찬회의에서 나란히 물을 마시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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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중진들도 기대감

수도권의 한 인사는 “황 전 총리 캠프에서 아마 주판알을 튕겨봤을 때 보수우익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전대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총선의 얼굴로는 물론 오 전 시장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당심은 오 전 시장을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총선에는 이겨야 하지만 총선에 유리한 인물을 선택하지 않는 점에서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홍 전 대표가 황 전 총리의 출마를 ‘도로친박당’이라고 공격하면 ‘TV홍카콜라’로 홍 전 대표의 말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태극기부대 동조세력’이 오히려 황 전 총리의 강경보수 입장을 알게 되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대구·경북(TK)·친박·태극기부대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선거인단 40만명(70% 반영)에는 책임당원 34만명이 포함되는데, 이 중 9만8000여명의 책임당원이 TK지역에 있다. 친박·태극기부대의 중심인 데다 TK지역의 책임당원 투표율은 다른 지역 책임당원 투표율보다 높다.

이 지역 언론이 1월 26∼27일 TK지역에서만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 차기 당권주자 선호도’에서 황 전 총리의 지지도가 41.1%로 1위다. ㈜모노커뮤니케이션즈가 실시한 이 조사(유·무선 ARS)에서 오 전 시장은 11.7%, 홍 전 대표는 12.0%로, 황 전 총리의 지지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전 총리가 출사표로 던진 ‘친박’ 선언이 먹혀들어가면서 전문가들은 빅3 구도가 ‘1강 2중’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1강에 맞선 나머지 빅2의 작전도 TK와 친박에 대한 구애로 선회했다. 설 기간 동안 오 전 시장의 발걸음은 TK로 향했다.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는 또 친박을 향해 구애의 목소리를 던졌다. 홍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오 전 시장은 2월 4일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오 전 시장은 2월 7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바로 TK지역으로 내려간다고 밝혔다.

이미 TK·친박·태극기부대의 마음을 선점했다고 여긴 황 전 총리 측은 다소 느긋해졌다. 설 기간 동안 수도권을 다녔고 친박에 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초선의원은 “비박으로 대표되는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이 비박 세력을 만나지 않고, 친박으로 대표되는 황 전 총리는 친박 세력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월 말까지 자기 세력을 공고하게 다진 뒤 상대편에 우호적인 세력을 공략하기 위한 신경전이 빅3 사이에서 벌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지만 친박의 깊숙한 내부에서는 정중동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황 전 총리가 친박 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탄핵 이후 흐트러진 친박 내부에서도 공통의 목표가 생기게 되면서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친박 중진들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각종 사건으로 재판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협위원장직을 잃어버려 비상대책위원회가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임명해 놓았다. 이들로서는 황 전 총리가 전대 후보로 등장하고 빅3 중 1강이 되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 측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친박 현역의원의 지역구에 새 조직위원장을 임명해 놓았지만 이들이 당원협의회를 좌지우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당대회 선거에서는 친박 의원의 힘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전대 선거 초반에서 압도적인 우세의 양상을 나타내면서 남은 변수는 비박 후보의 단일화가 됐다. 1월 30일 출마선언을 한 자리에서 홍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단일화하기 전에 비박이 자연스럽게 홍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대 초반의 분위기는 홍 전 대표 쪽에 다소 싸늘한 편이다. 한 의원은 “이미 홍 전 대표 체제를 겪어본 당원들로서는 쉽게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의 분위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홍 전 대표는 오 전 시장과의 단일화 카드를 먼저 꺼냈다. 홍 전 대표는 2월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둘 중 한 사람이 나가는 게 맞다”면서 “양측 실무자들도 서로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출마선언을 한 오 전 시장에게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오 전 시장은 정색을 하면서 “양쪽 출판기념회에 핵심 참모들이 축하하러 간 사실만 있다”면서 “이것을 침소봉대해 출마선언 날 아침에 보도가 나오도록 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장소에서 단일화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단일화 논의 자체가 두 후보가 약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고, 과연 단일화해서 황 전 총리를 이길 수 있느냐는 점도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일화 후에 뒤탈이 없어야 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컨벤션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런 성공적인 단일화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홍 전 대표의 ‘나홀로’ 스타일이나, 오랜만에 당내 경선에 나선 오 전 시장의 복귀 무대를 보았을 때 단일화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홍준표·오세훈 단일화 화두로

비박 후보의 단일화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전당대회의 판도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당심이다. 수도권의 한 당내 인사는 “전당대회는 국민의 선거가 아니라 당원의 선거”라면서 “결국 TK에서 시작한 대세론이 전당대회 판도를 휩쓸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인사는 황 전 총리를 두고, TK 출신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을 내내 쥐고 흔들었던 이회창 체제를 상기시켰다. ‘제2의 이회창 체제’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한국당의 당원들은 권력을 잃은 후 상실감에 빠져 있다”면서 “누구든지 힘이 있으면 힘을 몰아줘서 권력을 찾아오자는 당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당의 개혁은 차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홍 소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리얼미터의 1월 정기 정례 대선주자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1월 21~25일)에서 황 전 총리가 17.1%로 이낙연 총리(15.3%)를 누르고 오차범위 내지만 첫 1위를 차지했다.

황 전 총리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당대회 선거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 당내 인사는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면서 “결국 당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후보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할지 고민한 끝에 가장 적절한 후보를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설사 전대가 끝나더라도 전대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남긴 후보가 나중에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만큼 전대가 바로 대선 당 후보 경선의 전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등도 중요하지만 ‘의미있는 2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태순 평론가는 “특정 후보는 전대뿐만 아니라 전대 이후의 결과도 내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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