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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친환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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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쪽에서는 수소차를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하지만, 다른 한쪽은 수소차의 비효율을 지적한다. 수소차와 수소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집중 분석했다.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소’의 연료전지 시스템 모형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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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탄생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원소, 핵융합으로 다른 모든 원소의 재료가 된 원소. 원자 수를 기준으로 우주의 92%를 차지하는 원소. 반응성이 좋아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여러 유기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원소. 수소에 대한 설명이다.

과학책 속에서만 접하던 수소가 일상으로 파고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다.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경제와 사회, 국민생활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해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미래상을 수소경제로 표현했다.

정부는 수소경제를 데이터, 인공지능과 함께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올해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한다. 앞서 1월 10일 규제샌드박스 1호로 도심 내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했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라온 수소경제 관련 규제 개선안 15개 중 13개 규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회에서는 수소경제 관련법 6개가 발의됐다. 수소 전문기업 지원, 수소 특화단지 지정, 수소 판매가격 공개 등을 담은 수소경제법은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소경제가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 친환경 에너지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효과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전기차 대중화가 코앞에 다가온 현 시점에 전기차보다 환경적 이점이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수소차에 투자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차’ 혹은 ‘수소전기차’로 불린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킬 때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이용하느냐, 수소로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로 발전하느냐의 차이만 빼면 수소차도 전기차의 일종이다.

“온실가스 감축, 전기차에 비해 떨어져”

수소경제를 향한 의구심은 이런 수소차에서 시작한다. 수소차에 대해 한쪽에서는 배출가스 없이 나오는 것은 물뿐인 데다 달리면서 미세먼지까지 정화시키는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한다. 반면 다른 쪽에선 전기로 모터를 직접 돌리는 전기차와 달리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그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꿔 모터를 돌리는 방식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비효율적이라는 뜻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의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세계에서 수소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현재 5700여대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의 2014년 평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운행하는 수소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마일(약 1.6㎞) 주행당 약 150g으로 전기차에 비해 33%가량 더 나온다. 에너지원 생산부터 차량을 움직일 때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기준으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라 33%의 수소를 태양열·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나머지를 천연가스에서 얻을 때를 가정했다.

도요타가 2015년 수소차 미라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독일 인증기관 TUV에 의뢰해 평가한 결과를 보면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거의 같았다.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해 얻는 상황을 기준으로 했다.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두 조사에서 모두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다. 환경 측면에서 수소차의 장점이 크다는 뜻이다. 수소차가 전기차와 함께 ‘저공해차’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비해서는 친환경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수소를 얻는 방식에서 결정된다. 현재 수소 대부분을 석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얻기 때문이다.

수소는 천연가스 안의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로 가열시켜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나온다. 수소 운반을 위해 고압으로 충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 깊이 저장하는 기술이 있지만 1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7만3000원 정도로, 1톤의 온실가스 배출권 시세 약 7000원보다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수소가 무궁무진한 에너지처럼 설명하거나 온실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설명하는 건 사실에 맞지 않는, 굉장히 왜곡된 정보”라며 “수소경제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당장의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면 온실가스는 크게 줄어들 수 있지만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수전해 수소가격의 75% 이상은 전기료가 차지하는데 전기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수전해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수력발전 비율이 높은 노르웨이와 캐나다에서 수전해 전문업체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수소를 만드는 공정을 여러 가지로 연구하지만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도 경제성 있는 공정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기보다 수소를 만들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할 때 쓴 전기료가 더 많이 든다는 것이 선 교수의 설명이다.

수소차는 현재로선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불리해 보인다. 퓨얼셀 파트너십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에너지의 36~44%를 구동력으로 전달한다. 배터리 전기차는 전력망에서 얻은 전기의 59~62%를 바퀴에 전달한다. 같은 거리를 간다고 할 때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30%가량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자동차에 수소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이 수소를 만들 전기를 바로 전력망에 집어넣으면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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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전국경제투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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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진영’은 환경성·경제성 낙관

에너지 효율성은 엔진 또는 모터의 효율성, 차량 크기와 무게, 도로 상태,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선양국 교수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로 모터를 돌릴 때 원래 에너지의 90% 이상을 쓰지만, 수소차는 70%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솔린차 엔진의 효율은 20% 정도다.

선 교수는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이 전기차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를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 반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킬 때 전기와 물 외에 열에너지도 발생하는데,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쓸 수 있지만 여름에는 쓸 수 없는, 낭비되는 에너지다.

수소차는 수소경제의 일부다. 수소경제 전문가들은 수송용 외에도 에너지 저장·발전용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물 전기분해로 환경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오염물질 배출은 없지만 낮과 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경우 낭비되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로 저장하고, 전기 소비량이 늘 경우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수소로 전력을 저장해 수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파워 투 가스(Power to Gas·PTG)’ 프로젝트가 여럿 이뤄지고 있다.

김창희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를 장기간 대용량으로 저장하는 방법으로 수소는 이미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단기 저장은 배터리가 담당할 수 있지만 15시간 이상이면 수소가 더 싸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와 연결해 수전해로 가면 이산화탄소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의 PTG 사업처럼 재생에너지를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불규칙성 때문에 전력망에 물리지 못하는 유휴전력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경제성도 일부 확보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해외사례를 비추어볼 때 국내 태양광, 풍력 등의 변동성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전력 비율이 2022년 1.1%에서 2030년 10.4%(전체 전력량의 1.7%)까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수소차 63만대가 다닌다면 수소 수요량은 12.6만톤이다. 김 연구원은 버려지는 전력을 수전해를 하는 데 쓰면 약 20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연료전지차 소비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지만 전력 소비지에서 수천㎞ 떨어져 송전이 어려운 캐나다나 러시아의 수력, 남미 파타고니아의 풍력 발전으로 현지에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른 나라로 운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수소 생산의 장기 목표로 밝힌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먼저 수소 운반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 수소 이송·저장 기술은 국내 기술 수준이 낮다. 수소를 액화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운반하기 좋지만 영하 252.9도까지 냉각해야 한다. 영하 160도인 천연가스의 액화 온도보다 낮아 액체 수송용 탱커를 개발하기 쉽지 않다. 액화해 진공 단열구조 탱크에 저장해도 하루에 약 0.5%씩 증발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는 암모니아나 톨루엔 같은 유기화합물을 이용한 이송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소차 환경성 평가 아직 없어

수소연료전지는 분산형 발전소로서 유리한 점도 있다. 선 교수는 “대규모 발전이 아니라 중소도시의 분산형 발전소로 전기를 공급하는 면에서는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15년 발간한 4년 주기 기술평가보고서에서 수소연료전지가 장기적으로는 적어도 전기자동차만큼 유망하다고 보고 이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료전지가 에너지 저장 및 전송 매체로 사용될 수 있어 전기 생산량이 많은 시기에 에너지를 저장해 재생가능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더 큰지, 에너지 효율이 더 좋은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수소차가 기초연구 없이 ‘친환경’을 강조하며 홍보되는 모양새다. 정부도, 현대차도 아직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확보한 상태는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 연구결과는 수소 생산방식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 일률적으로 어느 한쪽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환경부의 경우 지난해 수소차의 환경성을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서울대에 의뢰해 올해 중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투자에 앞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수소버스로 6년간 환경성을 평가하면서 기술에 편견을 갖지 않는 중립적 입장에서 충분한 조사와 의견수렴을 했는데 우리는 그런 과정을 거의 생략했다”고 말했다.

이현석 대표는 “나라마다 수소 생산환경과 환경기준이 달라 그 나라의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며 “한국 데이터를 본 적이 없는데 이런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그린수소를 수소경제 초기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는 2006년 수소충전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든 깨끗한 수소를 33% 이상 써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로드맵의 세부 내용과 방향성은 오는 4~5월 중 다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수소 생산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으나 가능하면 초기단계부터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일정 부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수소차는 안전할까?



수소탱크는 두께 25㎜의 3중 구조로 되어 있다. 가장 안쪽은 나일론계 소재로 수소분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중간층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바깥 쪽은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돼 있다.

도요타의 실험 결과 차량을 시속 80㎞ 속도로 충돌시켰을 때도 탱크는 변형되지 않았고 수소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화재로 탱크가 불길에 휩싸이면 밸브가 녹아 수소를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이때도 가스버너처럼 탈 뿐 폭발하지는 않는다. 총으로 쏴도 폭발하지 않는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라 공기 중에 방출되면 순식간에 공중에 확산된다.

연료전지 셀을 여러 장 쌓아놓은 스택은 고전압을 만들기 때문에 전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법률상 시속 56㎞로 충돌시 60초 이내에 60볼트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현대차 측은 넥소의 경우 4초 이내에 60볼트 이하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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