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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 한명이라도 한눈팔면 망한다, 스타트업 협업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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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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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성과가 불만족스럽다면 비효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직원의 몰입도를 살펴야 한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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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호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개발 성과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규 인력 채용보다는, 매출이 줄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병목현상 등 비효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개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창업가로서 큰 고민 중 하나가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임직원의 13%만이 업무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도가 떨어지는 최대 이유는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공감하고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창업가의 갑질 "한번 말하면 척 알아들어야지”
“이걸 도대체 왜 하라고 하는 거야”, “몰라. 일단 하라고 하니까 닥치고 그냥 하자. 일찍 퇴근이나 시켜줬으면 좋겠네”라는 대화를 몰입도가 떨어져 업무 처리가 늦어지고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기업에서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회사의 비전과 문화에 대한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이걸 왜 하는 거죠. 이것을 하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라고 묻게 되는데, 이때 창업가는 “한번 말했으면 척 알아들어야지”라며 나무라기 일쑤다. 척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창업가가 유일하다. 창업가가 지향하는 업무의 목적과 회사의 비전을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 공유해야 한다.

임직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다. 업무 프로세스는 연어가 강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강으로 긴 여정을 헤엄쳐 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커다란 물의 흐름으로 보면 연어는 길을 잃을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최종 목적지는 어떤 곳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연의 표식과 무리와의 상호작용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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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는 임직원을 나무라기보다 이들이 자기가 하는 업무의 의미를 알게 하고, 목표와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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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에 참여하는 구성원도 목표와 비전을 잃지 않기 위해 업무라는 거대한 흐름 가운데 수많은 표식과 동료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 업무를 왜 하며, 이 업무의 최종 결과물은 무엇이고, 다른 사람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나에게 요구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목표와 비전을 잃지 않고 성공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표식과 상호작용 등 협력의 기회를 주지 않고 “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일에나 몰두해”라며 막연한 복종과 인내를 강요하게 된다면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해당 직원도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조직의 관성에 묻혀 곧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는 즉각적으로 치명적 피해를 야기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 관계를 형성해 유지·발전시키길 원하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주는 이를 쉽게 잊어버린다. 심지어 눈앞에 주어진 당장의 역할에만 집중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궁극의 가치와 목적을 바라보지 못하게 해 업무 동기를 상실해버린다. 한 상 가득 놓일 한우 생갈비 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불판에 놓일 양파만 다듬게 한다면 눈물만 날 뿐이다.

가진 자원이 없어 최소의 인원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은 단 한명이라도 동기를 상실하면 조직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제품의 기획과 개발, 출시 등 모든 프로세스를 큰 그림을 보여주면 개인의 업무와 사업 전략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본인의 업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됨으로써 더욱 자발적인 몰입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개발을 포함한 회사 내 경쟁력을 증대시키게 된다.

전체 업무 흐름 조망하는 협업 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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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Slack), 라이크(Wrike), 아사나(Asana), 트렐로(Trello)와 같은 협업 앱을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사진 슬랙(Slack)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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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지향점과 다양한 업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매우 힘들고 오히려 비효율을 낳기도 했다. 요즘은 초연결 시대로 ‘슬랙(Slack)’ 등 협업 도구 앱(이하 협업 앱)이 등장해 수많은 기업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협업 앱은 제품 기획부터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기까지 전체 업무의 프로세스를 내려다보며 “나는 어떤 가치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 가치를 어떤 과정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찰할 기회를 부여해 전 임직원의 몰입도와 참여도를 높여준다.

요즘은 업무환경이 유연해지고,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재택근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업무환경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초연결 시대 업무환경에선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선진 기업들이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협력을 통해 더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협업 앱이 그 일등공신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협업 앱을 활용해 업무의 낭비적인 요소를 20~30% 정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여러 종류의 협업 앱이 있으나, 협업 커뮤니케이션 앱으로는 슬랙 외에 ‘야머(Yammer) 등이 있고, 협업 프로젝트관리 앱에는 라이크(Wrike)’, ‘아사나(Asana)’, ‘트렐로(Trello)’ 등이 있다. 유튜브에 협업 앱의 활용법에 대해 쉽고 상세하게 설명한 자료가 많으니 참고하면 좋다.

뛰어난 민첩성과 효율성으로 큰 그림과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는 협업 앱은 투명·공유·권한 이임·수평 조직 등의 문화를 갖추고 있어야 성공적으로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이고, 상하 수직 문화에 익숙하며, 갑질이 만연한 문화에 익숙한 창업가에게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도구라 생각한다.

직원들이 협업 앱을 사용할 때 창업가 본인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함을 잊지 말자. 협업 앱은 말 그대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이다. 그런데 창업가가 사장이랍시고 본인은 사용하지도 않을 앱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꼰대이고 갑질일 뿐이다. 협업 앱을 활용한다며 구성원을 절망으로 내모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업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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