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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 의회 연설에 민주당 여성의원들 흰색정장 입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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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초당적 협력' 외쳤던 트럼프, 뒤에선 욕설

민주당 여성의원들, '대항 의미' 흰색 옷 착용

'지정 생존자'에 소니 퍼듀 농무장관 지정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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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5일(현지시간) 오후 9시3분께 국정연설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의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오늘 밤 내가 제시하는 어젠다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어젠다가 아닌, 미국민의 어젠다”라며 여야에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불과 9시간 앞두고 가진 주요 방송사 앵커들과의 오찬에서 주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자초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더러운 X새끼”(nasty son of a bitch)라고 지칭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선 “바보”(dumb)라고 묘사했다. 최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 개처럼 헐떡였다”(choked like a dog)고 깔아뭉갰다.

앞에선 ‘단합’을 외쳤지만, 뒤에선 ‘노골적 비난’을 이어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초당적 협력’ 발언의 빛이 바란 배경이다.

이날 의회에서 가장 눈에 띤 건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의 복장이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는 의미로 흰색 정장을 입고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낸 공화당 의원들과 대조적으로 이들은 냉담한 반응에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역시 흰색 정장을 입은 펠로시 의장도 공화당 소속 마이크 펜스 상원의장(부통령 겸임)이 박수를 칠 때 연설문을 만지작거리거나 헛웃음을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경장벽 대립 등으로 부각된 미국 정치권의 극한 분열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풍광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세기 전 미 의회가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의회에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원들이 많이 진출했다”고 언급한 대목에선 이들 여성의원도 박수 대열에 동참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에 대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신, 강력하고 현명한 국경안보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초당적 (민주당 예산) 법안에 서명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예산 확보를 위해) 미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얘기했지만, 미 전역에서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총기규제 문제는 완전히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연설에서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로 뽑힌 각료는 소니 퍼듀 농무장관이었다. 지정 생존자는 미 대통령 공식 행사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할 경우에 대비, 대통령 권한을 대신할 인사를 일컫는다. 일종의 대통령직 수행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예방 조치다.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이 연설에서 주요 각료를 언급할 수 있는 탓에 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각료가 지정 생존자로 임명된다”고 했다. 퍼듀 장관은 연설 내내 워싱턴D.C 외곽의 모처에서 대통령급 경호를 받으며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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