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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트럼프의 킹메이커 로저 스톤… '악당 정치'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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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혐의로 뮬러 특검이 조사

대학생때 워터게이트 연루, 닉슨의 열렬한 지지자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66)이 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지법에 출두했다. 트럼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스톤을 허위 진술과 증인 매수, 공무 집행 방해 등 7개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스톤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탄핵' 국면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온통 스톤의 입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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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비선 참모’로저 스톤이 1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연방지방법원을 나오며‘V 자’를 표시한 양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다. 이 자세는 스톤이 우상으로 삼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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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에겐 '뛰어난 전략가' '더러운 협잡꾼'이라는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를 대통령에 앉힌 '킹메이커'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온갖 '더러운 짓'을 마다하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로 유명하다. "정치는 추잡한 사람들을 위한 쇼비즈니스" "완전한 무명보다는 악명이 낫다" "공격, 공격, 공격뿐 절대 방어하지 마라"는 어록은 그의 정치 철학을 대변해 준다. 2017년 다큐멘터리 영화 '킹메이커 로저 스톤'을 만든 모건 페흐머 감독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로저 스톤은 '정치적 암흑 예술의 전문가'"라면서 "부도덕하고 지저분한 일을 하고 싶다면 로저에게 맡겨라"고 말했다.

스톤은 자영업자인 이탈리아·헝가리계 이민자 출신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부모는 케네디 대통령 지지자였지만, 스톤은 청소년기 보수주의 관련 책을 읽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닉슨의 강인함과 파괴력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의 등에 닉슨의 얼굴 문신〈사진〉을 새겨 넣었을 정도다. 지난달 25일 체포 당시는 물론이고 이날 법정에 출두하면서 양팔을 벌려 '승리의 V자'를 그린 모습도 닉슨을 모방한 것이다. 그 포즈는 닉슨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것으로, 1974년 8월 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에 오르면서도 그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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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은 조지워싱턴대 재학 중이던 1972년 닉슨 재선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에 스톤도 연루됐다. 100달러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연방대배심에까지 서야 했다. 이 때문에 '워터게이트 사건 최연소 연루자'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무명보단 악명'을 선호하는 그였기에 그 수식어마저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 사건 이후 스톤은 본격적인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훗날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 된 폴 매너포트, 정치 컨설턴트 찰스 블랙과 함께 정치 조언을 제공하는 '블랙, 매너포트 & 스톤'을 차렸다. 그는 '공격적인 흑색선전과 막대한 정치 자금만 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정치인들에게 공격적인 로비 활동을 펼치며 '블랙, 매너포트 & 스톤'을 워싱턴DC 최대 로비 회사로 키웠다.

그런 그에게 트럼프는 신이 주신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인도 "1987년 트럼프를 처음 봤을 때 말을 찾아 헤매는 기수가 명마를 발견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스톤의 관점에선 타고난 대중 선동가인 트럼프는 이미 준비된 대선 후보였다. 1988년부터 끊임없이 트럼프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그는 2015년 마침내 트럼프가 대권에 도전하자 평생 갈고닦은 온갖 정치적 책략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트럼프와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폭행 루머를 퍼뜨렸고, 개인 이메일로 중요한 안보 메일을 주고받아 국가안보를 위험하게 한 힐러리를 감옥에 가두자는 내용의 '힐러리를 가둬라(Lock Her Up)' 캠페인을 주도했다. 힐러리 대선 캠프의 이메일 해킹 내용을 흘린 '위키리크스'와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대선은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라고 평가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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