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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충직하고 영리한 진돗개, 반려동물로 기르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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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18)
문화재 보호법에서는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로 정의하고 있다. 동물도 이러한 가치가 크게 있는 경우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은 반려견은 진도의 진돗개, 경산의 삽살개와 경주개 동경이 등 3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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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의 모습. 진돗개는 세계 최고 권위인 영국켄넬클럽에 'Korean Jindo' 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된 후 세계주요 켄넬클럽에도 등록되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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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진돗개는 일본 강점기 1938년에 조선 명승고적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다가 1962년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다시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진돗개는 예부터 한반도의 토종견으로 진도라는 섬의 특수한 지리적, 문화적 환경에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고유의 품종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돗개는 진도군에서 양육 및 혈통관리를 하고 테마파크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켄넬클럽(The Kennel Club)에 ‘Korean Jindo’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된 후 세계주요 켄넬클럽에도 등록되었다.

진돗개는 중형 종으로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고 주변을 청결히 하며 수렵본능과 귀소성이 뛰어나고 매우 용맹한 성품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품종이라 할 수 있다. 귀소성과 충성심에 관한 것으로는 1993년에 진도에서 할머니가 기르던 7살 된 ‘백구’라는 진돗개를 300km 떨어진 대전으로 분양하였는데 7개월 후 다시 진도의 옛 주인에게 돌아온 실화가 있다. 진도군은 이를 기려 ‘돌아온 백구상’ 동상을 세운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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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살개는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서 서식하던 토종개이다. '귀신과 액운(살)을 쫓는(삽) 개'라는 뜻으로 삽살개는 이름도 순수한 우리말이다. 가사, 민담,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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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의 삽살개는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서 서식하던 토종개이다.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을 가진 삽살개는 이름도 순수한 우리말로 가사, 민담,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한다. 신라 시대에는 주로 귀족이 기르다 이후 일반인이 키우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볼 수 있던 삽살개는 1940년 이후 일본이 개의 모피를 방한복과 방한모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를 대량으로 도살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어 그 수가 급격히 줄면서 멸종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경북대 교수팀이 경북지역과 강원도 남부지역에서 비교적 원형이 유지된 30여 마리를 찾아 이를 기반으로 1984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하였다. 경북대 하지홍 교수팀은 당시 첨단 유전학 연구기법을 활용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우수한 형질의 삽살개를 증식 복원하였다.

1992년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었으며 한국 삽살개재단에서 혈통관리를 하고 있다. 삽살개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귀소성이 강하며 방어적 싸움을 하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낯선 이에게 의탁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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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 동경이는 삼국사기, 동경잡기, 증보문헌비고 등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였다. 2012년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받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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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지역에서 오래전부터 길러진 것으로 삼국사기, 동경잡기, 증보문헌비고 등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였고 신라 고분에서 토우로 발굴되는 등 역사적 · 문화적 가치가 크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경이에 관심을 가진 동국대 최석규 교수팀은 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를 만들어 2006년부터 경주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증식 복원사업을 진행하여 2012년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받았다.

혈통관리와 연구는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와 경주시에서 담당하고 있다. 동경이는 꼬리가 없거나 짧은 것이 특징으로 사람에 친화력이 강하고 순발력과 감각기능, 수렵능력이 뛰어나며 몸을 청결하게 가꾸는 성품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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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개 중 혈통이 남아있는 제주개. 꼬리가 빗자루를 세워 놓은 것처럼 서있고 귀가 쫑긋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제주도축산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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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제주지역의 제주개, 피모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 영주지역의 불개,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인 나주지역의 댕견 등이 지역의 고유품종으로 혈통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자랑할 만한 고유의 품종이 많이 있음에도 이를 반려동물로 소유하는 가정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주거환경이 비교적 체구가 크고 활동성이 많은 이들을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처음의 주인에게 집중된 충성심과 귀소성, 수렵본능, 용맹한 성품 등은 새로운 가정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으로 지켜온 토종견이 우리 가정에서 반려동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유의 외모와 품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게 노력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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