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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검찰과거사위, “MB 민간인사찰 수사, 대검 중수부가 증거물 가져가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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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디지털포렌식 의뢰·분석 내역 확인 못해

USB메모리 은닉 여부 등 감찰·수사 필요 권고

당시 중수부장 “분석수사관 녹취록 제출했지만

확인도 안하고 억측 보도자료…모두 사실 아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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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사라진 김경동 행정안전부 주무관의 이동식저장장치(유에스비·USB)를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었던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져가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유에스비에 대한 소재 파악과 불법 사용 여부를 확인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유에스비 분석을 의뢰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과거사위가 묵살했다.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위원회는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은 2008년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의료 민영화 비판 등 이 전 대통령과 관계된 동영상을 게시하자 지원관실이 불법 사찰을 해 김 전 대표가 대표직을 잃은 사건이다. 지원관실의 압력으로 김 전 대표의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어 늦은 압수수색 등 검찰의 부실한 수사로 민간인 사찰 의혹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정권 말기인 2012년 3월 장진수 주무관이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종석 행정관”이라고 폭로하면서 2차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윗선인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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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차 검찰 수사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VIP 또는 대통령실장)’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이 김 주무관의 유에스비에서 발견됐다. 8개(행정안전부 보안 1개 포함)의 유에스비가 핵심 증거로 떠올랐는데,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서 행안부 보안이 걸린 1개를 제외한 7개가 대검 중수부에 전달된 뒤 자취를 감춘 의혹이 제기됐다.(행안부 보안이 걸린 1개는 김 주무관이 반환받았다.) 당시 수사팀 검사가 검찰 지휘부가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사표를 썼다가, 최 전 수석이 집 앞까지 찾아가 무마하는 일도 있었다.

위원회는 유에스비 7개를 박윤해 당시 수사팀장이 수사팀 소속 검사들과 협의 없이 대검 중수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수사팀 이아무개 수사관이 대검 수사기획관실에 전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진술한 방의 위치와 직원 성별에 비춰보면 대검 중수부장실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대검 중수부가 유에스비를 대검 디지털수사과에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검 디지털수사과가 조사단에 회신하길, “디지털 포렌식이 의뢰된 사실이 없고 수사기록에서도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대검 디지털 포렌식을 마친 후 다시 수사팀에 반환되었다는 기록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어 “대검 중수부가 유에스비를 가져간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며 “수사가 종료되기 전에 유에스비를 반환하지 않은 행위는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도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으므로 은닉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검찰의 감찰 등 실효성 있는 조사가 필요하고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상응하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에스비를 가져간 것으로 지목된 최 전 수석은 이날 나온 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입장문을 냈다.

최 전 수석은 당시 수사팀에 대한 지휘·감독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압수된 유에스비 개수나 구체적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나 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복수의 유에스비를 전달받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 의뢰를 맡겼고, 그 뒤에는 절차에 따라 대검 과수기획관실이 포렌식한 뒤 수사팀에 자료를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검 중수부는 그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은닉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감정 의뢰 내역이나 처분 내역이 기록돼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의 부족한 기록 관리 때문에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한 것이지 누군가가 증거물을 은닉했다고 의심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암호가 걸려 해독이 불가능했던 행안부 보안 1개가 포렌식 절차를 거쳐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고 제출자에게 반환됐다면, 암호가 걸려 있지 않은 나머지 것들도 함께 움직였으니 당연히 같은 절차로 분석되고 반환됐다고 보는 것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합리적 경험칙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수석은 과거 언론 중재 사건에 대응하면서 당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담당했던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직원 2명의 녹취록도 조사단에 제출했지만, 조사단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사위는 대검에 포렌식 의뢰 사실이 없다고 단언했는데, 당시 수사관들은 명백하게 유에스비 원본을 포렌식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업무수첩에도 그런 취지의 기재가 돼 있다.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과거사위 보도자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위원회는 이 밖에도 △지원관실의 압력으로 김종익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시작 △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인지하고도 검찰이 수사 안 함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포폰 통화 내역 고의 누락 등 소극적 수사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유에스비 분실·은닉 의혹 관련 진상 규명 외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 지휘부 수사지휘권 행사 기준 마련과 이의제기절차 도입 △기록 관리 제도 보완 △책임감 있는 후속 수사 등을 권고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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