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23일 목포 대의동 내 자신이 박물관을 건립하려고 계획 중인 부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목포=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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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서 기자간담회 연 손혜원, 취재진과 90분 공방
[더팩트ㅣ목포=이원석 기자] 투기 논란에 휩싸이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까지 한 손혜원 의원이 의혹 제기 약 일주일 만인 23일 의혹의 본거지에서 '정면대응'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인 전남 목포시 역사문화거리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손 의원은 "투기가 아니다. 제가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면서도 "너무 화가 나서 반박하는 과정에서 사납게 얘기했다면 사과한다. 또 이익충돌과 관련해선 제가 모르는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찾아보고 조심하겠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손 의원을 보기 위해 많은 동네 주민들이 나왔다. 이들은 손 의원이 떠날 때 뒤를 따르며 "손 의원 힘내라"고 외쳤다.
이날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한 목포 대의동 역사문화거리엔 오전 일찍부터 취재진들이 보였다.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 장소로 정한 곳은 그가 추후 나전칠기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명의로 매입한 곳으로 현재는 텅 비어있는 목조 건물이었다. 손 의원 주도로 매입, 리모델링해 현재 영업 중인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곳이다. 많은 언론사가 모였으나 모두 기자회견 장소에 입장하진 못했다. 건물이 좁고 매우 낡아 안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영상 기자들은 몇명만 들어가 내용을 공유하는 풀(pool) 취재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는 매우 오래된 목조 건물로, 손혜원 의원이 박물관 건립을 위해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명의로 구입한 곳이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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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회견장에 들어가니 쾌쾌한 나무 냄새가 바로 코로 들어와 절로 기침이 나왔다. 날리는 먼지들이 햇빛에 반사돼 그대로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낡은 건물이었다. 해당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투기할 의도로는 구매할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을 강조하려 한다는 손 의원의 의도가 바로 느껴졌다.
오후 2시, 손 의원이 보좌관과 함께 나타났다. 표정엔 여유가 보였다. 들어오자마자 취재진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여기 들어와 보니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손 의원은 잔뜩 날 세운 목소리로 "왜 저를 이렇게 자꾸 링 위로 올려놓는지 아직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SBS를 직접 언급하며 "안 오셨나, 그분들 오셨으면 앞 자리에 모셔달라고 하려고 했다. 처음부터 저에게 와서 물었으면 명명백백하게 말씀드렸을 텐데 왜 뒤에서 취재를 하고, 지금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손 의원은 "이렇게 계속 가면 여러분들은 제가 망가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도 계속 같이 싸울 것이다. 저는 이제 물러날 마음이 없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를 언급하며 "여기 오셨나, 왜 악의적으로 편집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손혜원은 기자간담회 초반 다소 신경질적인 태도로 취재진 질의에 날을 세웠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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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취재진과 손 의원의 날카로운 공방이 시작됐다. 처음 손 의원은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특히 조선일보 기자가 11억 원을 대출받아 7억 원으로 (목포) 부지 매입에 썼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대출금 용처를 알려달라"고 묻자 "그걸 제가 알려주는 건 어럽지 않은데, 첫 질문을 조선일보가 그렇게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검찰조사 곧 받을 거니까 그때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차례로 제시하며 투기 여부를 추궁했다. 또 '이익충돌금지 원칙 위배'에 대해서도 재차 물었다. 손 의원은 거듭 자신의 입장 및 논리를 세우며 목포 건물 매입 행위가 절대 투기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손 의원은 이익충돌 원칙과 관련해선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제 이익을 위해 행동하거나 남을 움직이게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의원은 "나전칠기박물관을 위해 모았던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유물을 목포시나 전남도에 다 드리려고 한다. 지금 팔아도 수십억 원을 건질 수 있는 컬렉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투기는 매매 차익을 내야 투기 아니냐, 제가 이 건물 꾸며서 나전칠기 유물 다 채워서 국가에 준다는데 투기냐"고 반문했다.
취재진과 손헤원 의원의 공방은 약 90분간 계속됐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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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취재진과 공방도 있었다. 손 의원은 SBS 기자가 질문하려 하자 (의혹 제기한) '탐사보도팀'이냐고 물었다. SBS 기자가 "창성장의 경우 게스트하우스인데, 이해충돌엔 제삼자가 이득을 보는 것도 금지돼 있다"고 묻자 손 의원은 "제가 (시에서) 어떤 지원을 받기라도 했냐. 이익을 보려고 했다면 수리하는 돈도 지원을 받으려고 했겠지만, 국회의원 신분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융자받아서 수리한 것"이라며 "기사가 나기 전까진 6개월 동안 적자였는데, 여러분 덕분에 요즘 장사가 잘 된다"고 꼬집었다.
내내 흥분한 듯 강한 어조로 얘기했던 손 의원은 기자간담회가 끝나갈 때쯤엔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손 의원은 "저는 목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 일주일에 반은 목포에 와서 지낼 것"이라며 "4~5년 뒤 이곳에서 파티를 하자.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라"고 했다.
그는 "혹시나 제가 이야기를 하면서 (논란으로 인해) 너무 화가 나 반발하는 과정에서 사납게 얘기했다면 사과드린다"며 "저는 이런 소모전을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서울에서 (취재진을) 모시고 매일매일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한 뒤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애초 6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으며 약 90분 동안 진행됐다.
떠나는 손혜원 의원과 뒤따르는 인파. 왼쪽엔 손 의원이 일제강점기 시대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해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창성장' 간판이 보인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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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엔 동네 주민, 목포 시민, 지지자들이 몰려 인산인해였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손 의원이 나오자 환호가 나왔다. 손 의원이 이동하자 인파가 뒤따랐다. 전날(2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광경이 있었다. 다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손 의원이 차량에 올라타자 고령의 주민들은 창문을 두들기기도 하며 "손 의원 힘내라"고 소리쳤다. 그들의 응원은 손 의원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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