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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사설] 만연한 체육계 성폭력, 우리 모두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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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로 유도·태권도 등 각 종목에서 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2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가대표선수 관리실태 전반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며 대한체육회의 조사·징계 기능을 대신할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성폭행 근절대책을 발표하고도 다시 일주일 만에 후속대책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책에 쫓기는 정부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처럼 체육계에 성폭력이 만연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체육 지도자들과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급 경기단체에 있다. 그 단체들을 감독·관리하는 정부 당국도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공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국가 아마추어리즘’이 지금껏 그 위력을 떨쳐 왔기 때문이다. 각종 국제대회 성적은 ‘국위 선양’이라는 미명 아래 지상과제가 되었고, 그 결과에 따라 선수·감독 등 체육인들은 영웅이 되거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림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마치 죄인이나 되는 듯 고개를 들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금메달 지상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선수 선발 및 훈련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눈감아 주는 암묵적인 동조가 관행으로 자리 잡아 온 게 사실이다. 성폭력이 빈번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제 우리는 스포츠로 국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널리 인정받는 반열에 올라섰다. ‘국가 스포츠’에 집중된 국민의식을 바꿀 때가 된 것이다. 메달 획득을 위해 몇몇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런 가운데 등장하는 재능 있는 선수를 지원해 주는 정도로 국가 개입을 줄여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의 그늘에 숨어 선수들 위에 군림해 온 지도자들을 정리해 오염원을 차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수가 몇 개 줄더라도 열심히 뛰는 선수를 응원하고 함께 즐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제2, 제3의 심석희’를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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