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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기고] 공매도 제도개선은 금융당국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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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작년 12월 발표한 2018년 증권파생상품 10대 뉴스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무차입 공매도 사건과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각각 올라왔다. 지난 한해는 공매도 문제가 증시침체와 함께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이 2017년 95조782억원에서 2018년 128조603억원으로 약 34.7%나 증가하였다. 2018년 코스피 지수는 1월 2598이라는 연 최고점을 기록한 후 10월에는 최저점이었던 1996을 찍은 후, 2,041로 마감하였고 2019년 1월 14일 현재 206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무려 262조원이었다. 하락 원인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이 거론 되지만, 공매도의 활성화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순기능만 주장했을 뿐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불법과 공매도 관련 제규정 위반을 방치함으로써 국내 증시가 외국인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가 되었다. 공매도의 극성은 국내 기업들과 관련된 근거 없는 악성 루머를 양산하여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고, 주가하락을 부추겨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매도 제도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도입 시부터 개인투자자 보단 기관과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설계되었다. 대차기간, 대차종목, 대차확인절차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반면 힘도 돈도 없는 개인투자자는 사용상의 제약으로 정상적인 활용이 불가능하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비율은 1% 미만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99% 이상이었다. 둘째, 허술한 대차절차 및 거래시스템으로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의 무차입 공매도의 적발된 업체는 71개사였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이 중 45개사는 주의 처분, 26개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최대 과태료는 6,00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가 태생적으로 불공정하며, 실제 제도운영에서도 불법과 규정위반의 소지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사태가 발생한 후 내놓은 대책은 걸리면 엄벌하겠다는 구두 엄포와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 주겠다는 엉뚱한 방안만 제시했다. 현재 증권사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시스템적으로 방지 또는 적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 공매도 제도개선 등의 청원이 많이 올라왔다. 금융위원장을 교체 해달라는 청원도 줄을 이었다. 다행이 과거 공매도세력의 종자돈이 되었던 국민연금 주식대여는 시민사회와 개인투자자연대,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한 정치권의 활약으로 잠시나마 중단되었다. 불공정한 주식시장을 개혁해야 할 금융당국은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울어진 주식시장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우선 최근 수년간 발생한 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여, 불법과 규정 위반 여부를 가려내고,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공정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은 당장 도입해야 하고, 처벌수준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증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것이 금융당국의 책무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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