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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공공기관 노조 이사회 참관,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져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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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공기관의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 대표가 기관 이사회에 참관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조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이 야당 반대로 늦어지자, 정부가 우선 근로자가 경영 전반을 감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를 두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근로자 참관제 도입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은 모두 14곳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9곳은 늦어도 2월까지 이사회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고, 나머지 5개 기관은 아직 노사 합의가 진행 중이다.

근로자 참관제는 노동이사제와 달리 의결권은 없지만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고 발언권도 주어진다. 정부는 이 제도로 인해 "공공기관 내부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자 참관제는 자칫 공공기관 내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경영권까지 간섭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대표 근로자가 구조개혁을 위한 이사회의 논의사항을 노조와 공유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이 비밀누설금지 각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침체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철밥통 호봉제'로 평균 8200만원의 연봉(시장형)과 과도한 복리후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방만·부실경영 탓에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적자투성이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9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13~2017년 4년간 감소세였으나, 작년부터 다시 증가해 2022년까지 5년간 67조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보수체계 개편을 위해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 폐지에 나섰지만 노조 반발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작년에는 일부 기관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쏟아져 지탄을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 노조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는 마당에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권까지 간섭하려 하는 것은 월권이다. 이사회 참관에 앞서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자성과 쇄신이 먼저다. 정부도 노동이사제 공약 실현에 집착할 게 아니라 공공기관 구조개혁에 더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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