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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1919 한겨레] 미 여인으로 위장한 희대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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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살인 저지르거나

미국 여인 위장해 돈 뜯어내

세상 놀래킨 무오년의 범죄들



한겨레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작년에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범죄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으로는 ‘서독산’(西讀山) 살인사건과 미국 여인 위장 사기사건을 꼽을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근래에 보기 드문 무자비성과 황당무계함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무오년(1918) 9월, 경기도 시흥군에 있는 서독산에서 도리 다케지로라는 40대 고치 상인이 살해당하고 그 점원 요시가와가 상해를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쌀을 사기 위해 현금 2만6천원을 지닌 채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강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이 현상금 2천원을 내걸면서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진 범인은 예비역 소위 신분의 일본인 쓰노가와 요시오. 사건 발생 10일 후 일본 오사카에서 검거된 그는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토하였다. 범인이 조선으로 이송된 날, 남대문 정거장역에는 일선인 구분 없이 그의 얼굴을 보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원래 넓은 남대문통 길에도 사람의 병풍이 쳐졌고 본정 경찰서까지 사람이 담을 쌓을 지경”(<매일신보>)이었다. 일제 강점 이후 형사사건이 20% 증가했지만 그 대부분이 절도와 사기 그리고 경범죄였던 탓에 서독산 살인사건은 더 큰 눈길을 끌었다.

12월에는 희대의 사기사건도 벌어졌다. 부유한 미국 여인이 사회사업을 한다며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소문에 종로경찰서 순사들이 동행하여 취조한 결과, 범인은 충남 천안군 출신 24세 남자인 이세일로 밝혀졌다. 미국 여자로 위장해서 사기행각을 벌이던 이씨는 100만원의 재산을 지니고 한국에서 남편감을 찾는다는 소문을 내 헛된 욕심을 품은 숱한 남자들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현금 1천여원을 잃고 혼인 단계까지 이르기도 했다 하니 이 일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외모를 의심하는 자들에겐 미국인 모친과 조선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속였다던데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대주의와 돈에 눈이 먼 세태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참고문헌

권보드래, <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동국대학교 출판부·200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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