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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끓지못한 자선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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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모금실적 55억원, 전년보다 7억원 줄어들어

사랑의온도탑도 목표 미달 우려 "경기 불황에 中企모금 확 줄어"

한국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15일 지난해 연말 모금 실적을 최종 결산했다. 행인들이 11~12월 두 달간 자선냄비에 넣은 돈이 31억원, 기업이 후원한 돈이 24억원으로 모금액은 총 55억원이었다. 2017년 모금액 62억원(자선냄비 36억원, 기업후원 26억원)보다 11% 줄어들었다.

임효민 한국구세군 홍보부장은 "불경기 여파를 감안해 거리에 설치하는 모금 냄비 숫자를 2017년 409개에서 지난해 440개로 늘렸는데도 기부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구세군 냄비 한 곳에 모금된 액수는 2017년 14만4300원이었는데, 작년에는 11만5500원꼴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온도탑의 수은주는 15일 87.8도를 가리켰다. 작년 같은 기간 89.5도보다 1.7도 낮다. 수은주는 기부 목표액 대비 모금액을 나타낸다.

조선일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명동에 마련된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구세군 대원(왼쪽)이 웃으며 시민들에게 기부를 권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냄비를 지나쳐 갈 길을 가고 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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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팀장은 "모금 마감일이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예년보다 실적이 저조하다"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모금 목표액에 미달할까 봐 모금회 안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던 연간 개인 기부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017년(약 1938억원) 대비 1억원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부액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기부 단체들은 "경기 불황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구세군 관계자는 "기부자 숫자 자체는 줄지 않았는데 한 사람당 기부 액수가 줄었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산정하는 목표액을 예년보다 적게 잡았는데도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이 주로 기부하는 중앙 모금액은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지역지회 모금액은 전년보다 1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거리 모금, 전화 모금 방식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기부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 등 전통적인 모금 방식을 택해 온 대한결핵협회는 2013년 이후 매년 모금액이 감소해 2018년 모금액은 목표액(약 42억원)의 51.5%인 21억5000만원에 그쳤다.

기부 단체들은 다양한 개인 기부 방식을 개발하며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교통 카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5000원이 기부되는 스마트모금함을 마련했고, 대한결핵협회도 실 이외에 머그컵, 에코백, 배지 등의 기부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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