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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배타성·광신·강요·혐오의 극단주의와 그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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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김태형 씨,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극단적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 사건이 그칠 줄 모르고, 종교의 얼굴을 한 극단주의도 여전히 횡행한다. 사상과 이념의 탈을 쓴 극단주의 역시 끈질기게 인간 심리의 목줄을 죄곤 한다.

비단 뉴스 속만이 아니다. SNS나 메신저 등 사회관계망에서도 극단주의는 심각하다. 특정 기사나 글에 대해 반대하는 성향의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난투극은 단순한 뜨거움을 넘어 광신적이다 싶게 이어지곤 한다.

그러다 보니 가짜 뉴스도 진짜 뉴스로 둔갑해 버젓이 활개 친다. 진위와 무관하게 특정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카톡 등으로 공유된 글이면 무조건 믿고 마구 유포한다. 이런 쏠림 현상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공감하면서 더욱 심해진다. 물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견해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차단해버린다.

연합뉴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신간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를 통해 이 시대에 점점 심해지는 극단주의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근절 해법을 제시한다. 극단주의라는 사회 현상을 넘어 그 안에 도사리는 인간 심리의 정체까지 면밀히 들여다본 것이다.

김씨는 "현재 한국에는 기존의 시대착오적 냉전 정치 세력은 쇠퇴 몰락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향의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극단주의화는 개인과 집단 간 갈등,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 반사회적이고 반인간적인 행동, 끔찍한 범죄 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극단주의는 '광신에 사로잡혀 세상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자신의 믿음을 타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흔히 '극단'이라고 하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느낌을 떠올리게 하고, '극단주의자' 역시 생각이 한쪽에 쏠려 극으로 치닫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만 저자의 정의는 다소 다르다.

김씨가 정리한 극단주의의 특징은 '배타성', '광신', '강요', 그리고 '혐오'다. 강박적 흑백논리의 '배타성'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이라면, 무비판적 '광신'은 이성적 사고에 기초하지 않는 믿음이라고 하겠다. 일방적 '강요'는 자신이 믿는 것을 타인도 믿으라고 요구하는 행위이며,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하는 '혐오'는 자신이 믿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을 증오케 한다. 한마디로 극단주의자는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극단주의를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오래전부터 극단주의를 민중 내 갈등으로 조장한 대표적 집단은 바로 권위주의적 사회 지배층이었다. '차별'이라는 방법을 통해 각종 사회 집단을 이간질해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을 꾀하는 것. 차별당하면 억울하고 억울하면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그 분노가 사회 지배층(강자)이 아닌 다른 계층(약자)으로 향하게 왜곡시켜버린다. 권위주의 저변에는 뜻밖으로 심리적 무력감이 깔려 있다는 사실 또한 묘한 아이러니 같다.

극단주의는 테러리즘은 물론 특정 종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보듯이 폐쇄적인 유일신앙은 그 배타성과 광신, 강요, 혐오로 극단적 분쟁을 초래하곤 한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21세기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김씨는 극단주의를 예방하고 퇴치하려면 안전한 사회 구축, 기층 민주주의 실현, 국가 차원의 공동체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실제적 위협과 정신적 위협에서 해방돼 타인들(사회)에게 받아들여 지고 타인들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을 때 비로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기층민주주의 실현은 민중이 기층 단위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일상적 삶을 민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적폐 청산을 필수로 해 국가 공동체를 새롭게 재건하면 전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된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다음은 저자가 책 말미에서 최종적 결론으로 언급한 대목-.

"한국이 냉전 체제를 해체하고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주의적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민주 국가로 전환되고, 격차가 해소되어 차별과 무시 등의 상호 학대가 아닌 사랑과 협력이 가능해질 때 극단주의는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을 맡은 저자는 '트라우마 한국사회',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자살공화국', '싸우는 심리학', '불안 증폭 사회',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등 심리 관련서를 다수 저술했다.

을유문화사 펴냄. 287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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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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