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국으로 묶어 두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이른바 ‘백스톱(안전장치)’으로 불리는 조항이다.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를 비롯해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 야당은 그동안 백스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백스톱이 발동되면 영국은 EU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합의문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초 지난달 11일로 예정됐던 표결 일자를 연기하면서까지 의회 설득에 공을 들였지만, 야당은 물론 보수당에서조차 100명이 넘는 의원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결이 어려워 보인다.
2019년 1월 14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EU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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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EU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오는 7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14일 EU 관계자를 인용해 "EU는 몇주 안에 영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브렉시트 시점을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최소 7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메이 총리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알려온다면 (브렉시트 시행이) 7월 이후로도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제2국민투표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야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미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에 대비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메이 정부는 퇴진하고 영국은 조기 총선에 들어가게 된다.
메이 총리는 14일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연설을 할 계획이다. 그는 13일 선데이 익스프레스 기고를 통해 "지금은 승부를 겨룰 때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를 따져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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